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인상률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 자릿수 인상률은 처음이다. 자영업자 몰락과 고용지표 악화에 놀란 당·정·청이 군불을 지핀 속도조절론이 현실화한 셈이다. 현 정부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보다 240원 오른 것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9만5310원으로 5만160원 인상됐다. 전날부터 정회와 속개를 오가며 13시간 마라톤회의를 벌인 최저임금위는 이날 새벽 5시30분쯤 사용자안(8590원)과 근로자안(8880원)을 표결에 부쳐 각각 15표와 11표로 사용자 안을 채택했다. 기권은 1표였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의결 직후 브리핑에서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며 “직면한 현실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87% 인상률은 1998년 9월∼1999년 8월 적용 최저임금(2.7%)과 2010년 적용 최저임금(2.75%)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것이다. 특히 이전의 경우 모두 경제위기라는 특수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위기 수준의 낮은 인상률로 평가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참사”라며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태세여서 노정 갈등이 예상된다. 한노총과 민노총은 각각 논평에서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 “경제공황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경영계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 2년 치 최저임금은 기대 이상 높았지만, 오늘 결정은 3%가 좀 안 되는 수준이라 여러 고용 상황, 경제에 미치는 영향, 수용도가 잘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용자위원들은 입장문에서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sky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