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에 잿빛 전망이 번지고 있다. 대한상의가 2300여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2분기보다 14포인트나 추락한 73으로 집계됐다. 수출기업은 88, 내수기업은 70으로 각각 12포인트, 14포인트 하락했다. 2분기에 반짝 살아나던 제조업 경기전망이 다시 ‘날개 없는 추락’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7개월째 이어지는 수출 감소 행진에 더해 내수마저 싸늘하게 얼어붙은 결과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주력 업종의 전망도 암울하다. 자동차·부품 61, 철강 64, 전기장비 66, 기계 73, 정유·석화 업종은 75로 하락했다. 이런 급락은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전례 없는 일이다. 대한상의 조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산업연구원이 1050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3분기 제조업체 시황전망지수는 90으로, 전분기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침몰’ 경고까지 나온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월까지 10개월째 감소했다. 반기업·친노동 정책이 봇물을 이룬 결과 기업은 투자를 외면하고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15개월 연속 줄어든 제조업 취업자 감소 사태도 제조업 경영난에서 비롯된 결과다.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 경제보복마저 전면화하면 제조업 붕괴는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정부가 위기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자못 의문스럽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제 내년도 최저임금 소폭 인상을 사과하면서 “이번 결정이 소득주도성장의 폐지 내지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올린 최저임금이 기업과 자영업자를 ‘고비용 수렁’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케 하는 말이다. 특히 제조업체의 발목을 잡는 규제 혁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 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도 국내 기업들은 환경규제 탓에 생산을 포기했다고 한다.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이후 화학물질 관련 중소기업의 폐업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기업을 고사시키는 악성 규제를 제거하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규제 혁파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국내 소재산업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제조업이 무너지는 현실을 보고도 규제 혁파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산업을 고사시키는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설] 제조업 날개 없는 추락… 규제 혁파로 기업 살길 열어야
기사입력 2019-07-15 23:50:30
기사수정 2019-07-15 23: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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