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커피머신 수입업체 사장 A씨는 부모의 암수술을 앞두고 연차를 쓰려는 B씨에게 “부모님이 안 돌아가시면 쉴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B씨는 “부모가 안 돌아가셨으면 휴가를 가지 말라 하면서 욕이란 욕은 다하고 노동청에서도 그냥 무시하라면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150명의 노동전문가·노무사·변호사들이 오픈카톡방 등을 통해 무료 노동상담을 해주는 단체인 ‘직장갑질 119’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인 16일 이 같은 사례들을 공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한 달 간 ‘대표이사 갑질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히고 “대표이사, 사장의 갑질은 회사가 아닌 노동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자에게 괴롭힘을 당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대표이사에게 갑질을 신고할 수 없으니, 사장·사장가족 갑질은 노동부에 신고하고, 노동부가 신고 사건을 근로감독으로 전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근로기준법 상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우선 사용자에게 신고하게 돼 있다. 괴롭힘 행위자가 대표이사일 경우 이사회 등 취업규칙에 명시된 기구에 신고할 수 있다.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이사회 등 독립기구에 신고하라고 하는데 그건 큰 회사에나 있고 작은 회사에는 없을 수 있다”며 “사장갑질은 노동청에 신고하도록하고 노동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사건이 유야무야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신원이 확인되는 이메일 제보 3건 중 1건은 대표이사의 갑질 사례였다. ‘직장갑질119’에는 하루에 메일 10~20건, 오픈채팅 30~40건, 밴드 20~30건 등 평균 70여건, 월 평균 2000건의 제보가 접수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우 상사의 갑질이 많지만, 중소기업은 사장 갑질이 많다는 게 직장갑질 119의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기관 위탁기관장, 사회복지시설·어린이집 원장, 병·의원장, 농수축협 조합장, 관리사무소장, 해외지사 지사장 등 회사 대표자의 갑질과 괴롭힘 제보가 상당하다.
‘직장갑질119’는 이날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 달을 ‘대표이사 갑질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해 사장 갑질 제보를 받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위반되는 제보의 경우 정부에 근로감독 청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