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총거부 등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다던 20대가 다른 캐릭터를 포살하는 등 폭력성 짙은 온라인 게임을 한 사실 등이 확인돼 병역법 위반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3단독 오영표 판사는 2017년 8월 육군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재판에서 입영을 거부한 것은 종교적 양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하고 2016년 침례를 받은 뒤 정기적으로 집회에 참석하며 봉사활동을 한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그러나 그가 2015년 현역 입영 대상자로 확정된 뒤 대학생 입영 연기를 하고 2016년 해당 종교 침례를 받아 신도가 된 점 등을 미심쩍게 봤다.
특히 최근까지 총기를 들고 상대방과 싸우는 1인칭 슈팅 게임(FPS·First-person shooter)을 즐긴 사실이 드러나 결정적인 유죄 증거로 작용했다.
오 판사는 “피고인은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현역 입영 대상자가 된 뒤 1년 이상 대학생으로 입영을 연기하다가 연기 기간이 끝나갈 무렵 침례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다”며 “입영을 거부한 이후에도 폭력성 짙은 게임을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종교적 신념이 깊다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다소 늦게 침례를 받고 신도가 됐으나 실형 선고를 각오하고 병역거부에 이른 점,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이를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FPS게임을 한 점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홍창우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모(22)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2017년 현역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의 재판에서도 A씨와 마찬가지로 FPS 게임 접속 여부가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박씨는 과거 본인 명의 계정으로 ‘서든어택’ 등 FPS 게임에 2회 접속해 총 40분가량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재판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을 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자신과 계정을 공유하던 친구가 해당 게임을 이용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설령 직접 게임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접속 횟수나 시간에 비춰 보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박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