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京都)에서 18일 방화로 인한 큰 불이 나 수십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2001년 9월 도쿄 신주쿠(新宿)에서 발생했던 상가 화재 사건 이후 일본 최악의 화재 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교토시 후시미(伏見)구 모모야마(桃山)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불이 나 3층 건물이 전소하고 이날 오후 11시까지 33명이 숨졌다. 36명은 중경상을 입은 상태다. 사망자는 남성 12명, 여성 20명이며 1명은 성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심폐정지 상태로 발견된 이와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도 다수여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출동한 소방관들이 약 5시간 만에 진화를 마쳤으나 화재 당시 스튜디오 건물 안에는 회사 직원 등 70여명이 있어 큰 인명피해로 번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불이 나기 직전 41세 남성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 “죽어라”라고 외치면서 휘발유로 보이는 액체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경찰은 현장에서 이 남성을 긴급체포해 병원에서 응급조치한 뒤 방화 동기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인근에 사는 한 여성은 NHK에 “화상을 입고 주차장에 쓰러져 있는 남성을 경찰이 데려갔다”며 “그 남자가 분하다는 듯 ‘베끼기(표절)나 하고’라고 말했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교토 애니메이션은 1981년 창업한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업체로 160여명 직원을 두고 있다. 2000년대에 TV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럭키☆스타’, ‘케이 온!’ 등을 내놓아 인기를 끌어왔고 단단한 팬층도 확보하고 있다. 출판 및 애니메이션 제작진 양성 사업도 하고 있다. 화재가 난 건물은 이 회사가 소유한 두 곳 스튜디오 중 교토시 제1스튜디오로 이 회사의 핵심적 장소로 알려졌다.
교토 애니메이션 측은 “회사에 대한 항의가 일상적이진 않아도 적지는 않았다”며 “특히 ‘죽어라’라든가 ‘살인 (예고) 메일’은 있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일본은 신주쿠 상가 화재 사건으로 44명이 숨진 데 이어 18년 만에 대형 참사가 발생해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만큼 너무 처참해 말을 잃었다”며 “다친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