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들며 조롱하는 등 행동으로 공분을 산 남성들이 검찰로 송치된 가운데, 이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 용서를 구하기로 했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모욕 혐의로 20~30대 무직, 일용직 청년 A(31)씨와 B(25)씨 등 4명을 불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6일 오전 0시8분쯤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 있는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들며 일본어로 “천왕 폐하 만세”를 외치는 등 조롱하는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들은 제지하는 시민과도 시비를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이 모습을 목격한 시민 2명이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들은 A씨 무리 중 1명이 일본어를 사용한 점을 근거로 이들이 일본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지만, 검거 후 확인한 결과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이들은 범행 당시 일본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일본말을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더 모욕감을 줄 것 같아서”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청년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놔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며 A씨 등이 사과하면 받아들이고 고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나눔의 집 측은 “소녀상을 모욕했던 청년 4명이 와서 사과하라고 했는데, 다음날 다시 전화가 와서 한 명이 사과를 하지 않고 벌금을 내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한 청년의 사과거부로 그동안 미뤄온 고소장을 지난 10일 제출했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할머니들은 지금도 청년들이 사과한다면 선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런데도 청년들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이후 지난 20일, 나눔의 집에 따르면 4명 중 한 명은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나눔의 집을 찾아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당사자는 할머니들과 눈도 못 마주치며 고개를 숙인 채 연신 ‘죄송하다’고 했고, 아버지는 ‘아들이 자폐증이 있는데 교육을 못 해 죄송하다’며 용서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세 명은 이번 주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 용서를 구할 예정이라고 전해 들었다”며 “이번 일에 연루된 모든 가해자가 사과하면 기존 입장대로 이들에 대한 고소를 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모욕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1심 판결이 나기 전까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고소를 취하한다면 A씨 등은 처벌받지 않는다”며 “다만 경찰 수사는 모두 마무리돼 절차대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록수역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6년 8월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역 남측 광장에 세워졌다. 이 소녀상은 거리 캠페인과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한 시민 참여로 건립됐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