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하고 유튜버로 변신한 하승진이 한국 농구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하승진은 지난 21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한국 농구가 망해가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며 한국 농구가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말했다.
지난달 30일에 유튜브를 시작한 하승진은 그간 5개의 주로 일상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초반 부분을 살펴보면 하승진도 다소 조심스럽게 농구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농구인으로서 고민끝에 영상을 게재한 모습이 엿보였다.
우선 하승진은 현역선수들도 한국 농구를 보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선수들조차도 재미없게 농구를 한다”며 “현역 선수들도 작년 우승팀을 물어보면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임팩트가 없다. 이게 한국 농구가 처한 현실이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한국 농구가 망해가고 있다”며 입을 뗐다.
하승진은 “사람들은 유튜브를 재밌으니까 본다”며 ”사람들이 농구와 야구도 재밌으니까 본다”며 재미가 없는 한국 농구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회복시간을 주지 않는 고강도 훈련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승진은 “경기가 없는 날에도 훈련하는데 강하게 하는 팀은 오전, 오후, 야간 세 차례 하기도 한다. 회복할 시간이 없다 보니 선수들이 찌들어 경기한다”며 “이는 선수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독들의 자기만족, 그것 뿐이다”며 선수들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하승진은 재미가 없게 농구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국내 농구팀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하승진은 “어린 선수들이 화려하게 플레이를 하면 ‘주접 떨고있네’, ‘니가 그런거 지금 할 때야?’, ‘용병한테 패스나 해’ 이렇게 분위기가 흘러간다”며 “대학교때 화려하게 플레이하던 후배들도 프로에 오면 주눅이 드는거야”라며 프로에 오면 그런 선수들이 기에 눌려서 화려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물론 하승진은 그런 농구로서 하나의 방법일순 있겠지만 그런 플레이가 관중들이 좋아할까라는 물음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졌다.
프로선수들의 몸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하승진은 “갓 대학교 졸업하고 프로 입단한 선수들 대부분이 무릎, 발목, 허리 성한 선수들이 없고 개중에는 수술 몇번씩한 친구들도 있다”며 “이미 중고등학교 대학교때 혹사를 당하고 올라오니 제대로 기량이 나올리 없다. 연습게임하다 잘못하면 옷 갈아입지말고 버스탄다”며 시합이후 선수들 몸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어 “우리나라 대부분 트레이너들은 선수들의 몸상태가 좋지 않은걸 알고 있음에도 감독과의 트러블이 생길까봐 선수들에게 ‘그냥 참고 해’라고 말한다”라며 일부 선수들의 몸이 망가져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승진은 지도자들에 대한 문제점도 언급했다. 하승진은 “감독과 선수는 직급의 차이만 있을뿐이지 직장동료라고 생각한다. 절대 선수들이 하대받을 존재들이 아닌데 종부리듯이 대한다. 다들 성인인데 감독들의 눈치를 보면서 운동해야 한다”며 감독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게임과 운동에 임할 수없음을 얘기했다.
이어 “자율 야간훈련을 하면 어떤 선수들이 훈련하러 나가는 지 감시하듯 지켜본다. 미국에서 뛸 땐 다들 ‘어떤 훈련을 할까?’ 생각하며 즐거워했지만 우리나라는 ‘언제 끝나나?’하며 훈련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연맹과 협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하승진은 “한국 프로농구처럼 해마다 규정이 바뀌는 나라는 없다. 하물며 선수들조차 규정이 헷갈린다. 그러다 보니 팬들도 규정을 잘 모르고 일관성 없게 리그가 운영되다 보니 재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대표팀 예산이 없어 예전 유니폼 재고를 준다. 자부심을 느끼고 받은 첫 유니폼이 곰팡이가 슬어있다. 그러면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달라며 격려금을 준다. 차마 얘기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금액을 준다. 한 명한테 줘도 모자랄 격려금을 주고선 사진을 찍고 기사화한다. 자부심과 사명감으로만 밀어붙인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주는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농구 프로팀 연고지에도 말을 꺼냈다. 하승진은 “프로팀 연고지들이 너무 수도권에 몰려있다. 연고지가 전국 각지로 분산되면 지역 연고 팬을 끌어 올 수 있을 텐데 서울, 인천, 수원 쪽으로만 가려 한다. 지방 팬들의 관심이 야구, 축구, 배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지방팬들을 잡아야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국내 현역 선수들의 질 낮은 팬 서비스 문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하승진은 과거 본인이 제주도에 놀러가서 한 연예인에게 사인을 받았던 기억을 얘기하며 “선수 본인에게는 일상일수 있지만 팬들은 굉장히 용기를 내서 다가오는 것”이라며 현역 선수들이 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프로스포츠는 팬이 없다면 프로가 아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콧대가 너무 높다. 팬 서비스를 귀찮아하고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승진은 “재밌는 농구를 보여주려면 즐거운 환경이 만들어져야 된다. 즐거운 환경이 만들어지려면 선수들이 즐거워야되고 이게 되려면 선수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 도와주어야된다”며 한국 농구 제2의 황금기가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며 하승진은 영상을 마무리했다.
영상은 14분 길이이지만 담담하게 털어놓은 하승진의 이야기는 국내 프로농구 팬들과 관련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물론 일부 시청자들은 현역 시절 하승진의 실력을 비판하며 국내 프로농구를 비판할 자격이 되는지를 묻고 있다. 이 부분이 농구세계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하면 ‘주접떨고있네’, ‘용병한테 패스나해’라는 말처럼 들리는건 나만의 기시감일까?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