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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너트 없이 조립 ‘스피드랙’ 대박… 종합 가구사 꿈 키운다 [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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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매료 시킨 ‘스피드랙’ / 산업용 개발 철제 앵글, 간편 조립 ‘히트’ / 가정서 불티… 매출 5년 만에 5배 껑충 / 中企 첫 濠 ‘버닝스’ 입점… 해외시장 개척 / 더 높은 곳 향해 뛰는 ‘2세 경영’ / 모듈 가구 ‘홈던트’ 출시… 제2 도약 매진 / 이익 20% 직원과 공유… 우수 인재 유치 / 민효기 대표 “상생의 100년 기업 되겠다”
영진산업이 최근 출시한 가정용 DIY 가구 ‘홈던트’. 영진산업은 홈던트를 발판 삼아 온라인 가구회사로 본격 도약할 계획이다.네모 안 사진은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영진산업 제조시설. 효율성 향상으로 중국 업체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 자동화에 공들였다. 영진산업 제공

1979년 창업한 영진산업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철제 앵글·랙(조립식 선반류)을 만드는 회사로 오랜 기간 공장, 창고 등에 납품하는 B2B 기업이었지만 2013년 소비자에게 직접 물품을 공급하는 B2C 기업으로 전환한 뒤 5년 만에 매출액이 5배 이상 뛰었다.

영진산업은 그동안 산업재로만 여겨져 왔던 조립식 앵글을 가정용에 맞게 디자인을 보완하고 볼트와 너트가 필요 없는 DIY 조립방식을 개발한 ‘스피드랙’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스피드랙의 인기에 힘입어 2012년 44억5500만원이었던 영진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263억8300만원까지 뛰었다. 상시근로자도 같은 기간 13명에서 80명으로 훌쩍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동탑산업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2세 경영인으로 영진산업 대표를 맡고 있는 민효기 부사장의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신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해외 시장까지 개척한 뒤 종합가구회사로 키워내는 것이 그의 목표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해외 진출도 순항 중

지난 18일 경기 김포시 대곶면에 위치한 영진산업을 찾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물류창고와 자동화 공정을 갖춘 공장이 눈길을 끌었다. 개별 고객을 대상으로 물품을 판매하다 보니 물류량이 대폭 늘었고, 그만큼 물류에 신경을 쓴다는 설명이 따랐다.

영진산업이 처음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2012년 스피드랙을 처음 개발한 뒤 산업용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유통산업전시회에 참가했다가 ‘대박’이 난 것이 계기였다. 주말 동안 킨텍스를 방문한 주부들이 스피드랙을 보고 집 베란다 등에 놓기 위해 앞다퉈 구매한 것이다. 민 부사장은 “당시 1개 부스만 열었는데도 하루 평균 매출이 1000만원이었다”며 “수납에 대한 고객 수요는 있었는데 그동안 충족시켜줄 만한 제품이 많이 없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후 영진산업은 스피드랙을 가정용 제품으로 돌렸고 지금은 90% 이상의 제품이 가정용으로 판매된다.

이날 영진산업에는 한국발명진흥회의 지식재산활용전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러시아 출신 박사들도 방문했다. 스피드랙은 볼트와 너트 없이 망치 하나만으로 선반을 조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생겨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국가나 유관기관의 지원 제도를 잘 찾고 맞춤형으로 신청해 유용한 지원을 따내는 것도 영진산업의 전략 중 하나다. 회사 급성장 과정에서 발생했던 ‘성장통’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영진산업은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1887년 설립돼 295개 매장을 갖춘 호주 최대 자재·공구 전문점 ‘버닝스 웨어하우스’에 지난 5월부터 스피드랙이 판매되고 있다. 호주는 인건비가 높아 소비자들이 직접 조립을 하는 DIY 제품에 익숙한 편이라 스피드랙이 현지 시장의 트렌드와 잘 맞는다는 점이 주효했다. 영진산업은 앞서 자체 시장조사를 통해 버닝스를 발견하고 코트라에 출장지원사업을 신청해 코트라 맬버른 무역관 직원들과 함께 수출을 성사시켰다. 영진산업 관계자는 “여러 중소기업이 버닝스 입점을 타진한 것으로 알지만 벤더를 거치지 않고 입점한 한국 중소기업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로의 진출도 활발하게 타진 중이다.

◆목표는 온라인 가구회사… 직원들과 이익공유 통해 성장

영진산업은 최근 홈퍼니싱 트렌드를 반영한 모듈 가구 ‘홈던트’를 내놨다. 홈던트는 ‘집(Home)’과 ‘팬던트’의 합성어로, 집 안에서 포인트가 되는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다. 특히 레고 블럭처럼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모듈 가구는 집 안 환경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스피드랙을 통해 산업용이던 자사 철제 앵글·랙을 집 안 베란다로 끌어들인 데 이어 홈던트 출시로 방 안까지 들인 셈이다.

 

민 부사장은 홈던트를 통해 영진산업을 온라인 가구회사로 도약시킬 계획이다. 그는 온라인을 중시하는 이유로 ‘성공적 실패’를 꼽았다. 민 부사장은 “온라인 시장은 고객의 의견을 바로바로 반영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빨리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도 10건이 넘는 신상품이 기획 단계에 있다”며 “많이 기획하고 많이 실패해 봐야 성공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의 연봉이 높고, 이익의 20% 이상을 직원들과 공유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영진산업은 신입사원이 입사 후 인턴기간을 마치고 1년가량 근무해 주임이 되면 인센티브를 포함한 연봉이 약 3900만원이라고 전했다. 이는 동종 업계는 물론 김포시에 있는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도 꽤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민 부사장은 “어느 정도 연봉 수준을 높여 놔야 우수한 직원들이 들어오고, 직원들 삶의 질이 올라가야 생산성도 올라가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직이 잦은 중소기업의 특성상 높은 연봉은 이직률을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익 공유에 대해서는 “‘100년 기업’을 내다보고 사업을 하려면 직원과 함께 잘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포=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