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가지말자, 먹지말자, 사지말자, 팔지말자'…日제품 불매운동 장기화 [일상톡톡 플러스]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눈물짓는 유통업계…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가슴앓이

 

최근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롯데와 이마트, 쿠팡 등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업체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 무인양품,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가 많은 롯데는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 입구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수원=뉴시스

유니클로는 롯데쇼핑이 49%, 무인양품은 롯데상사가 40%, 롯데아사히주류는 롯데칠성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 임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유니클로는 매출이 30% 이상 급감하는 타격을 받았고, 롯데아사히주류가 유통하는 아사히 맥주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 매출이 30∼40%나 빠졌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들은 롯데주류가 생산·판매하는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나 롯데제과의 일부 과자 제품까지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매출 타격이 현실화하자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지주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이달 들어 20∼30%나 급락하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확산…유니클로·아시히맥주 매출 30%이상 급락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별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마트는 최근 일부 점포에서 진행한 일본 맥주 판촉 행사로 진땀을 흘렸다.

 

양재점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본 맥주를 6캔에 5000원에 판매하는 판촉 행사를 했다가 "지금 상황에서 일본 맥주 판촉 행사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것이다.

 

이 사태의 여파로 이마트뿐 아니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진행중이거나 예정돼 있던 일본 맥주 판촉 행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2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불매운동 동참과 관련해 "계약관계가 있어 일방적으로 파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국민 정서를 살펴 가며 가늠해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일본 기업'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불매운동 대상으로 거론되자 자체 뉴스룸에 발 빠르게 해명 글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쿠팡은 '쿠팡에 대한 거짓 소문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해명 글에서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 내에서 운영한다"며 쿠팡이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이 '쿠팡은 일본기업'이라고 주장한 근거인 지분구조와 관련해서는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0%에 육박하고,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도 60%에 가깝다"며 외국계 지분율이 높다고 외국계 회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비상장사여서 정확한 지분율이 공개된 적이 없는 쿠팡은 재일교포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가 두 차례에 걸쳐 30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들이 '일본 기업'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전국택배노조 회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 배송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국민 정서 살펴가며 불매운동 가늠해 나갈 것"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가 수입 맥주 할인 행사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하기로 했다.

 

개별 점포가 아닌 유통업체 본사 차원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다른 분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편의점 중에는 일부 일본산 제품에 대해 발주 자체를 중단한 곳도 있다. 

 

편의점 CU는 내달부터 수입 맥주 '4캔에 1만원' 행사에서 일본 주류를 모두 제외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아사히, 기린이치방, 삿포로, 산토리 등 일본 맥주 10종과 호로요이 4종이 할인 행사에서 제외된다.

 

CU는 대신 국산맥주 카스와 클라우드에는 '4캔에 1만원' 행사를 새로 시작한다. CU는 특히 에비스 등 5개의 일본 제품에 대해서는 발주 자체를 중단하기로 했다.

 

GS25도 8월부터 수입 맥주 할인행사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하기로 했다.  GS25는 나아가 체코 맥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코젤과 필스너우르켈 제품은 물론 미니 사케 등에 대한 판촉 행사도 중단한다.  GS25는 이미 제작된 수입 맥주 행사 홍보물을 일본산 제품을 제외하고 다시 제작해 가맹점에 배포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8월부터 수입 맥주 할인 행사 리스트에서 일본산과 일본 기업이 보유한 코젤 등을 제외하기로 했다. 

 

편의점 업계의 이 같은 대응은 일본산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CU에서는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가 발표된 7월 1일부터 21일까지 일본산 맥주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0.3% 줄어들기도 했다. 

 

◆주요 편의점도 수입맥주 할인행사에서 일본산 제품 결국 제외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불매운동이 계속 확산하면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위메프 투어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본행 항공권 취소 비중이 5배까지 급증했다고 25일 밝혔다. 

 

전체 국제선 항공권 환불 건수에서 일본행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 4주 차에는 9%에 불과했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1주 차에는 15%로 올라섰고 이어 2주 차에 36%, 3주 차에 44%로 치솟았다. 

 

국제선 항공권 취소건의 10건 중 4건 이상은 일본행이 된 셈이다. 

 

국제선 항공권 예약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아졌다.  일본행 항공권 예약 건수는 6월 4주 차에 전체 예약 건수 가운데 25%에 달했지만 7월 3주 차에는 10%까지 떨어졌다.

 

일본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면서 인기 여행지 순위도 변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발표되기 전인 6월 4주 차에는 국제선 항공권 인기 순위 10위권에 오사카(2위)와 후쿠오카(5위), 도쿄(9위) 등 일본 도시가 3곳이나 포함됐지만 7월 3주 차에는 오사카를 제외하고는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오사카는 7위로 떨어졌고 도쿄(11위)와 후쿠오카(20위) 순위도 하락했다.

 

이 기간 전체 국제선 항공권 예약건 가운데 오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9.27%에서 3.64%로 절반 이상 줄었고 후쿠오카는 3.17%, 도쿄는 1.06% 감소했다.

 

예약 인원도 후쿠오카는 46%, 오사카는 36% 감소했다. 

 

일본을 대체할 여행지로는 비교적 거리가 가깝고 일본에 뒤지지 않는 치안과 편의시설을 갖춘 홍콩과 싱가포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제선 항공권 취소, 10건 중 4건 이상은 '일본여행'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5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날 전국 성인 504명을 상대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3차 실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현재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62.8%였다.

 

이 응답은 1차 조사(10일) 48.0%, 2차 조사(17일) 54.6%로 2주 동안 14.8%포인트 증가해 불매운동 확산 규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응답은 한국당 지지층과 보수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 연령, 성별, 이념성향, 정당지지층에서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 지지층은 '현재 불참' 응답이 다수였고, 보수층에서는 '현재 참여'와 '현재 불참' 응답이 각각 절반 수준으로 비슷했다.

 

향후 불매운동 참여 의향을 밝힌 국민은 68.8%였다. '향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는 응답은 26.4%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