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뤄진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북·미 관계 시야도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지난 6월30일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만남으로 곧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실무협상은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기구를 통한 쌀 지원 거부, 8월 한·미 군사훈련 반발 등 판문점 회담 뒤 이어진 북한의 소극적 행보와 맥을 같이 한다. 물밑에서 진행 중인 북·미 대화가 원활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북한의 전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화 계속 늦추며 도발하는 北
6·30 판문점 만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실무협상이 2∼3주 내 재개될 것이라고 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판문점 회동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수주 내로 실무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말하는 대화 재개 시점이 점점 늦어지는 것이다. 이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역시 최근 북한의 국제기구를 통한 쌀 지원 거부, 연합훈련 반발 등 북한의 소극적 행보와 연장선상에 있다.
북한은 또 리용호 외무상이 내주 예정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주최국인 태국에 최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외교 수장이 만날 여지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한·미 당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참석이 예정된 ARF에 리 외무상이 참석해 북·미 외교 수장이 고위급회동을 열게 되면 자연스럽게 양국 실무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관측해 왔다.
북한 외무상이 해마다 개최되는 ARF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2000년 7차 회의에 북한이 참석한 이후 2001년과 2003년, 2009년 등 3차례에 불과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ARF 불참 통보는 비교적 최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ARF 주최국과의 외무상 참석 협의에서 긍정적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주변 두 나라를 양자 방문할 계획까지 마련했다가 이 일정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번 ARF에 주재국 대사나 차관급을 대신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北, 실무협상 왜 늦추나
판문점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화적인 모습을 보인 김 위원장이 최근 한 달간 실무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나름의 협상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고위급 만남은 피하면서 도발의 강도를 높이는 행보가 과거 ‘벼랑 끝 전술’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이런 태도가 과거 대미 협상을 책임지던 외무성 라인의 협상 전면 복귀와 맞물려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또 협상 시작 전 기싸움의 일환으로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실무협상을 진행하면서 사전 조율을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이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는 판단하에 이를 반면교사 삼는 것이다. 외교 당국자에 따르면 북·미 간 대화가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전면적으로 중단된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미국과 실무협상의 장소 및 시기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제 주미대사도 24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 양측의 소통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상응 조치 등 하노이 회담을 결렬로 이끌었던 주요 쟁점에 대한 물밑 협의에서 북한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실무협상은 한·미 군사훈련이 종료된 뒤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