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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77일 만의 도발… 韓·美 동시 압박 [뉴스분석]

北 단거리 미사일 발사 노림수는 / 합참 “원산 호도반도서 2발 발사 / 첫번째 430㎞ 두번째 690㎞ 비행” / 5월 발사한 미사일의 개량형 추정 / 제주 포함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 / 北 신형잠수함 공개 이은 무력시위 / 한·미 훈련·실무협상 ‘기싸움’ 분석
지난 5월 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 도중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는 단거리 발사체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5일 강원도 원산 북쪽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 23일 신형 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한 직후 이뤄진 미사일 발사를 통한 북한의 ‘강경 모드’는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 등을 고려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최근 행보는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으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확실한 변화를 주면서 내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모습이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최근 문재인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결정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소식과 동시에 전해졌다. 또 23일 방한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출국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미사일 발사는 지난 5월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이 발사된 지 77일 만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오전 5시 34분과 5시 57분쯤 발사한 미사일 2발은 단거리 미사일”이라며 “첫 번째 1발은 430여㎞를 날아갔고 두 번째 1발은 한·미 정보 당국의 공동평가 결과 690여㎞를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690여㎞ 비행거리는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걸 뜻한다는 얘기다. 이 비행거리의 단거리 미사일은 지난 5월 발사한 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거나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6일 “‘19-2 동맹’ 한·미 연합훈련이 현실화한다면 조미(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조미 실무협상 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종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사실상 예고한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이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된 행보를 보이지 않자 북한은 이날 ‘미사일 카드’를 내보인 셈이다. 북한 입장에서 이 카드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맞불 작전’이면서 단거리 미사일의 성능 검증 등 기술적 향상을 시도한 묘수로 보인다. 한·미 연합훈련에 맞서 북한군이 일선 부대를 동원한 대응훈련을 실시할 경우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면서 전략적 효과가 높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많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서도 한·미 양국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 개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형 잠수함 건조 현장 시찰에 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통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다. 수중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은 탐지가 쉽지 않고, SLBM을 발사하는 것은 사전 징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미국이 북한의 SLBM을 경계하는 이유다.

 

단거리 미사일은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와 경북 성주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등을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북한이 25일 오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5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발사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언론은 24일(현지시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으로 미국 정부가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CNN방송에 “북한이 적어도 1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고, 이는 지난 5월에 북한이 발사한 2발의 단거리 미사일과 유사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또 다른 당국자는 NBC방송에 “이번 발사는 예상된 무력시위이고, 북한이 발사한 것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날 미국과 북한이 실무회담 재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협상 전략인지, 협상 거부 의사 표시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자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북한이 발사한 2발의 비상체(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발사체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는 도달하지 않아 우리나라(일본)의 안보에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휴가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휴양 차 찾은 야마나시(山梨)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富士河口湖町)에서 기자들에게 “일본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분석과 함께 관련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박수찬 기자, 워싱턴·도쿄=국기연·김청중 특파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