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0일(현지시간)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해 ‘미사일 발사’로 규정하면서도 “미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지난 2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인데, 미 조야에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등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이 오늘(한국시간 31일) 새벽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미상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a missile launch) 보도들을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monitor)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두 발의 발사체가 북한에 의해 발사됐다고 확인하면서도 “이번 발사가 미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NBC방송도 두 명의 당국자가 “발사체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었다”며 “미국이나 동맹들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도발 직전에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의 김정은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여러분도 봤을것으로 확신한다”며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켜보자. 나는 그(김 위원장)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미 언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과 만났다고 이날 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23∼24일 방한에 동행한 NSC 당국자가 판문점을 찾아 북측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사진 전달을 명목으로 이뤄진 만남에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북측 당국자가 NSC 당국자에게 “매우 조만간 북·미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DMZ 접촉이 언제 이뤄진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 조야에서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 의미를 계속 축소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시 코튼은 이날 북한 발사체 발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트위터에 “2016~2017년 북한은 14일 또는 21일(2~3주) 간격으로 미사일 실험을 했다”면서 “그들이 그런 페이스를 재개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외기조가 북·미 비핵화 협상 전인 2016~2017년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도 트위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실무급 협상’이라는 것은 분명 그의 미사일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직후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2∼3주 안에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협상 재개에 호응하지 않고 두 차례 도발로 화답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