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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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尹 사단’ 약진… ‘살아 있는 권력’ 칼 댄 검사 좌천

檢 중간간부 인사… 윤석열 직할 체제 두드러져 / 중앙지검 1·2·3차장 모두 특수통 / 1차장 신자용 국정농단 특검 출신 / 2차장 신봉수 MB·양승태 수사 / 3차장 송경호 삼바 의혹 파헤쳐 / 배 지검장 “권력 부정 엄단” 취임사 / 환경부 의혹·손혜원 수사 검사들 /줄줄이 한직 발령… 일부는 사의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지휘부가 특별수사로 잔뼈가 굵은 ‘특수통’ 검사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인물들이어서 윤 총장의 친정·직할 체제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의혹 등 문재인정부 주변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검사들은 사실상 좌천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법무부는 31일 차·부장검사 647명을 대상으로 한 중간 간부 인사를 8월 6일 자로 단행했다.

왼쪽부터 신자용, 신봉수, 송경호.

눈길을 끄는 점은 윤 총장으로부터 ‘적폐청산’ 수사 지휘를 받던 특수통들이 나란히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한 부분이다. 각종 고소·고발 사건 수사 지휘를 하는 1차장으로 신자용 법무부 검찰과장이 승진 발령 났다. 대공·노동 등 공안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2차장은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4개 특별수사팀을 산하에 두는 3차장에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각각 승진 발령 났다. 아울러 강력·성범죄 등을 수사 지휘하는 4차장은 한석리 강릉지청장이 맡는다. 신 과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윤 총장과 함께 근무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5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자 신 과장을 특수1부장으로 끌어갔다. 신 과장은 특수1부장 시절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을 수사해 밝혀낸 바 있다.

신 부장과 송 부장은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지휘를 받아 자동차 부품회사 실소유주 혐의 등으로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고위 법관들에 대한 수사 등을 도맡았다. 장차 두 사람은 수사 지휘는 물론 재판 단계로 넘어간 각종 적폐 사건의 공소 유지를 맡게 된다. 특히 송 부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조직적 증거인멸 등 의혹 사건 수사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표면적으로 이번 인사가 ‘윤석열 사단’의 약진으로 보이지만 검찰 조직 내에선 수사의 연속성을 위한 자연스러운 결정이자 불가피한 인사라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윤 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이 벌여놓은 수사가 워낙 규모도 크고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에 기존 검사들을 대폭 교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일정 부분은 그대로 남겨서 수사를 계속 이어가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통의 약진과 대조적으로, 현 정부를 겨냥한 고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은 대체로 한직으로 발령났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주진우 형사6부장이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났고, 그를 지휘한 권순철 차장이 서울고검 검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손혜원 의원을 수사한 김범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은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발령났다. 앞서, 수사를 총지휘한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은 사표를 냈다.

한편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에서 “정치·사회·경제적 권력을 부정하게 행사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반칙적 범죄 등에 눈감지 않는 검찰이 돼야 한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같은 날 윤 총장은 새로 구성한 대검 참모진과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조직 운영 방향을 의논했다.

 

배민영·김건호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