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감액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자유한국당)이 저녁 식사 후 음주 상태로 회의장에 나타나 ‘음주 심사’ 의혹이 불거졌다. 김 위원장은 술을 마셨냐는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던 기자의 휴대전화를 뺐으려고 시도해 논란을 키웠다.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10시30분쯤 불콰해진 얼굴로 국회 본청 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실로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오후 8시30분에 열린 의원총회에 불참했지만 늦은 시간에 추경안 협상과 관련해 나 원내대표를 찾아 왔다. 30여분 뒤 사무실에서 나온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빚내서 추경하는건데 한국당에선 국채발행 규모를 줄이자, 그런데 민주당에선 적어도 3조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민주당이 (국채발행 규모를) 이 정도 하겠다는 것만 있으면 (본회의를 열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불콰한 얼굴의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서서 이야기하던 중 말을 횡설수설하고 앞뒤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기자가 ‘약주를 한잔 하신 것 같은데, 추경 심사 중에 한 것이라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아니 그냥 서로 편하게 이야기한 자리였다”고 답했다. ‘약주를 한 것은 맞느냐’고 되묻자 김 위원장은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김 위원장은 10여분 뒤 국회 본청 6층 복도에서 머니투데이 기자를 만나 동영상을 촬영하려던 기자의 핸드폰을 뺐으려고 시도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복도에서 기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를 향해 “찍으려면 제대로 찍으라”며 포즈를 취했다. 예결위원장실로 향하던 김 위원장은 기자에게 다시 돌아와 “사진을 찍으라고 했는데 동영상은 왜 찍냐”며 항의했다. 그러면서 기자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휴대폰을 뺏으려 했다. 해당 기자가 ‘술을 마셨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대답하지 않고 황급히 돌아섰다. ‘예결위 심사 중에 위원장이 술을 마셔도 되냐’는 질문에도 김 위원장은 “내가 무슨 술을 마셔”라며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추경안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하는 가운데 과음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