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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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형 발사체 앞세워 대미 ‘저강도 압박’

잇단 미사일 도발, 왜 / ‘한·미 軍시설 언제든 타격가능’ 부각 / 北·美 실무협상 앞두고 ‘몸값 높이기’ / 연합훈련 개시 후 추가 도발 가능성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 지속된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이르면 5일부터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과 대남 무력시위, 미국에 대한 저강도 압박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25일과 31일에 이어 2일 또다시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이날 발사체는 220여㎞를 날아 동해상에 낙하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발사하면 한반도 중부지방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주요 국가전략시설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오산 주한 미공군기지 등 주한미군 시설도 위협에 노출된다. 아직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신형 발사체를 앞세워 ‘언제든 한·미 핵심시설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처럼 미 본토 타격 능력이 있는 무기를 사용할 수 없지만, 주한미군과 한국 거주 미국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쏘아올리면서 새벽 시간인 오전 2시 59분과 3시 23분을 택했다. 새벽 기습 발사를 감행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 연합군의 추적 및 감시망을 교란하면서 저고도 야간사격 시 비행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5일부터 북한이 추가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는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훈련 기간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앞줄 오른쪽)이 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 발사체 관련 대응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이 이날 발사한 발사체의 종류에 대해 지난달 25일 북한이 발사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발사된 2발은 고도 25㎞로 220여㎞를 비행했으며, 비행속도는 마하 6.9로 분석됐다.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산 북쪽 갈마반도 일대에서 쏜 발사체는 고도 약 30㎞로 250㎞를 비행했다. 비행 속도는 서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는 탄도미사일이라고 보기에는 고도가 낮고, 방사포로 분류하기에는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5∼7이며, 방사포는 이보다 느린 속도로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라고 밝혔음에도 군 당국이 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이에 따라 발사체의 정확한 정체를 둘러싸고 군 안팎에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