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병지가 해설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사투리는 그렇다 쳐도 발음도 부정확하다.” (누리꾼 A씨)
전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이자 유튜브 채널 ‘꽁병지 TV’의 대표인 김병지(49)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인정한다”고 이 같은 악플에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골키퍼로서는 흠잡을 데 없는 실력을 선보이고 화려하게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김병지는 축구 케이블채널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누리꾼 비난에 시달렸다. 그중 하나가 ‘발음 지적’이었다. 1초가 숨가쁜 경기에서 이름 긴 선수명을 빠르게 읊지 못해 경기 상황까지 전달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내가 그 중계를 봤어도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며 웃은 뒤, “그렇다고 선수들의 이름을 중간에 잘라먹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병지는 “유튜브는 (선수) 이름을 부르다 상황을 놓쳐도 괜찮고, 시청자가 듣고 싶어 하는 걸 신랄하게 말할 수 있다”며 “(소속됐던 방송사와) 계약이 끝나 해설위원은 그만뒀지만, 지금 돌아보면 실패가 늘 나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한 누리꾼이 가수 수지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했다가 도리어 지인들에게 “김병지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푸념한 데 대해 “그렇게 망한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달랬다. 이어 “한 가지 고마운 사실은 뒷머리가 길면 예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나를 떠올린다는 것 아니냐”며 “‘김병지 머리’라고 하니 오히려 감사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경남 밀양 출신인 김병지는 자기에게 ‘쌀’을 말해보라는 댓글에 “안 된다. ‘포항스틸러스’도 제대로 말할 수 없다”고 웃었다. ‘싸움’을 말해보라는 요청에 ‘사움’이라고 답한 그는 “제대로 말하려면 오만상을 다 써야 한다. 싸아아아움”이라고 입을 움직였다.
한 번은 상대팀 서포터 앞에서 골대를 지키던 그가 공을 막아내자 일부 학생이 욕설을 섞어가며 “막으니까 좋냐”고 물은 적도 있단다. 김병지가 그들을 쓱 보고 “(그 말은) 좀 심하다?”고 웃었더니, 도리어 상대방이 미안해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서울의 한 풋살팀 일원으로 국내 풋살대회에 출전했던 김병지는 “(축구선수 출신이면서) 풋살도 제대로 못한다”는 또 다른 누리꾼 지적에 “인정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여기에는 사정이 있다. 2017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왔던 김병지는 몸은 많이 나아졌지만 오른쪽 다리가 여전히 살짝 불편하다. 그는 “선수생활 경험을 토대로 열심히 뛰려 했다. 기량발휘가 어렵다는 걸 잘 안다”며 “풋살 저변 확대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많은 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병지는 일원으로서 인연을 맺은 풋살팀에 ‘승리수당’도 내걸었다고 한다. 그는 “올해는 세 번 승리수당을 드릴 테니 시합에서 이기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내년에는 7번, 그 다음 해에는 연중으로 (승리수당을) 드릴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현대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해 2016년 은퇴할 때까지 프로통산 706경기(754실점·3득점)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체육훈장 맹호장(2002년)과 더불어 K리그 특별상 6회, K리그 베스트11(4회) 등의 굵직한 수상 경력이 있다. 울산에서 뛰던 1998년 포항과의 K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천금같은 헤딩골로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김병지와의 인터뷰 1편.
<유튜버’로 인생 2막 연 김병지 "최종 목표는 구단주">
http://segye.com/newsView/20190802510838
김병지와의 인터뷰 2편.
<김병지 “월드컵 못 뛸 것 알았다면 드리블 참았을 것"> http://www.segye.com/newsView/20190804502185
김병지와의 인터뷰 3편.
<김병지 “내가 호날두였다면 경기 뛰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