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음주운전이 앗아간 20대 5명의 꿈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새벽녘 한순간의 음주운전이, 꿈 많던 20대 청년 5명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탄내고 말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난 것은 지난달 28일 오전 3시40분쯤이다. 만취한 채 운전대를 잡은 A(28)씨는 광주시 북구 광주교육대학교 횡단보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B(20)씨와 B씨의 친구 C(20)씨를 덮쳤다.

 

달려오는 A씨의 차량을 보고 B씨와 C씨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피했다. 하지만 A씨도 이들을 발견하고 급히 운전대를 틀었지만 B씨와 충돌을 피하지는 못했다. 차량에 부딪힌 B씨는 횡단보도에서 공중으로 떠오른 뒤 떨어졌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운전자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59%였다. 그는 사고 후 지산유원지 앞까지 3㎞를 도주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열린 영장실질 심사에 출석해 “무서워서 도망갔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A씨는 강화된 ‘윤창호법’을 적용받아 엄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이날 음주사고로 20대 청년 5명의 인생이 풍비박산이 났다.

 

사실상 실질적인 가장인 A씨는 더 이상 가장을 지킬 수 없게됐다. 그는 제약회사에 취업한지 6개월된 신입사원이다. 이날 그는 회사의 동료와 후배들이 모인 술자리를 가진 뒤 운전대를 잡았다.

 

숨진 B씨는 교사의 꿈을 영영 이루지 못하게됐다. 외동아들인 B씨는 지난해 교대에 입학해 교사의 꿈을 꾸던 스무 살 청년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B씨는 축구선수보다는 학교 선생님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사고 당시 함께 사고장소를 걸었던 C씨는 숨진 B씨와는 같은 교대생으로 학교에서도 소문난 친구였다.

 

B씨와 C씨는 이날 사고 전까지 같이 교사의 꿈을 이야기 하며 교대 인근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사고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친구가 눈앞에서 사고를 당하는 현장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B씨가 자신을 대신해 숨졌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병원에서 치료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C씨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에서 괴성을 지르는 등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차량에 동승한 A씨의 회사 동료 2명도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또한 모두 20대다. A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을 시작해 사고장소까지 18.7㎞정도를 운전하는 동안 이 차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동승자 2명도 음주운전 방조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음주운전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술을 한 방울이라도 입에 대고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음주사고를 내겠다고 작정한 범죄행위”라면서 “음주 후 운전석에 앉는 순간 차량은 흉기로 돌변한다. 음주교통사고는 한 사람의 삶은 물론 그가 속한 가족과 선량한 타인의 행복까지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중대범죄”라고 조언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