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만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작가 사다모토 요시유키(57)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조형물 ‘평화의 소녀상’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국내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다모토는 9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더러운 소녀상”으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해당 트윗에서 그는 “천황(덴노)의 사진을 불태운 후 발로 밟는 영화. 그 지방(한국 추정)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 풍습. 대놓고 표절”이라는 글과 함께 “현대 예술에게 요구되는 재미! 아름다움! 놀라움! 즐거움! 지적자극성이 전무한 천박한 넌더리밖에 없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아이치 트리엔날레가)도큐멘타나 세토우치 예술제같이 성장하기를 기대했었는데... 유감스럽네"라고 했다.
그가 평화의 소녀상을 “더럽다”라고 표현한 뒤 언급한 영화는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연출한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영화는 유튜브에 일본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상을 올렸다가 우익들의 공격을 받은 유튜버(미키 데자키)가 일본 우익들이 어떻게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감추려는지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다모토가 소녀상을 언급한 것은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에서 개막한 ‘2019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전시회 중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섹션에 초청받은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녀상은 일본 내에서 강한 반대여론 및 정치권 압력, 테러 협박까지 더해지며 결국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사다모토는 특히 트위터에서 소녀상은 프로파간다를 예술로 포장한 것일 뿐 예술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그는 같은 날 또 다른 트윗을 올리고 “나는 한류 아이돌도 좋아하고 예쁜 것은 예쁘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라며 “(소녀상은)조형물로서의 매력이 없고 지저분한 만듦새라 느꼈을 정도로 실제로 보면 또 다른 인상이 아닐지… 모델이 되신 분이 있다면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파간다를 아트로 빚어내는 행위도 전혀 부정하지는 않지만 솔직히 아트로서의 매력은 나에게 전혀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았다”고 적었다.
심지어 사다모토는 “귀여운 위안부 소녀와 라이따이한(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지칭) 소녀가 마주 앉아서 병사들의 성기를 냄비에 대량으로 끓여먹는 상이 있었다면, 점잖치 못하면서도 보다 콘셉츄얼한 자극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라는 혐오스러운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국내 누리꾼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좋아해왔다는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탈덕’(팬을 그만 둔다는 뜻), ‘불매’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내가 에반게리온 팬이었다는 게 부끄럽다”, “사실 에반게리온 주인공들 이름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함에서 따왔다”, “소장 중인 에반게리온 DVD와 피규어들을 버려야겠다”, “저런 XXX의 작품을 그동안 좋아해 왔다니”, “사다모토는 오늘부로 우익을 인정해 버렸네. 이제 그를 그만 놓아줘야겠다” 등 누리꾼들 글이 다수 게재됐다.
한편, 사다모토 요시유키는 국내서도 인기가 많은 애니메이터로, 대표작(캐릭터 디자인)으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늑대아이’ 등이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사다모토 유시유키 트위터, 인터넷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