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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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1.45 ‘역대급’… 류현진, MLB 역사 새로 쓴다

애리조나戰 7이닝 무실점… 시즌 12승, 韓·美 통산 150승 / 빅리그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 개막 후 22경기 기준 5번째 낮아 / 리그 종료 가정 땐 깁슨 이어 2위 / ‘타고투저’ 시대 믿기 어려운 기록 / NL 사이영상 1순위 후보 굳혀 / 류 “수상 욕심에 무리하지 않을 것”
류현진이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홈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LA=USATODAY연합뉴스

올시즌 자유계약(FA)시장 재수에 나선 류현진(32·LA 다저스)은 자신의 투구 콘셉트를 ‘실점 최소화’로 잡고 나왔다. 부상에 대한 의구심을 100% 씻어내지 못한 데다 삼진 등 여타 지표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투구 스타일 때문에 실점 최소화를 통해 자기 어필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즌 중에도 그는 여러 번 “실점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는 말로 투구전략을 설명했다.

초반부터 이어진 이런 투구 콘셉트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리그 첫 경기부터 한 경기씩 저실점 경기를 만들어간 결과 놀라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게 된 것. 리그 개막이 4개월 이상 지난 8월에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중이다. 다승이나 삼진 등은 여타 리그 정상급 투수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압도적인 평균자책점 하나만으로도 올 시즌 전체 투수 중 가장 빛나며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의 유력 주자로 첫손에 꼽히고 있다.

이런 류현진이 또 한 번의 무실점 피칭으로 평균 자책점을 더 내렸다. 그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5안타 4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류현진이 상대 타선을 제압하는 동안 타선이 대폭발해 결국 다저스가 9-3으로 승리했고, 류현진은 시즌 12승째를 거뒀다. 이 승리로 한·미 통산 150승도 채웠다.

이 경기 전까지 1.53이던 평균자책점은 1.45로 더 낮아졌다. 이런 놀라운 평균자책점은 미국 현지에서도 속속 화제가 되고 있다. LA타임스가 “평균자책점이 낮아질수록 류현진은 역사에 도전한다”고 극찬했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류현진의 평균 자책점은 과거 메이저리그 전설들의 역대급 시즌과도 비견되는 중이다. 메이저리그에 반발력이 큰 ‘라이브 볼’이 도입된 1920년 이후를 기준으로 류현진은 정규리그 개막 후 22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역대 5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만약 이 평균자책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시즌을 끝냈을 경우 더욱 역대급이 된다.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시즌 평균자책점에서 1.45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1968년 1.12로 시즌을 끝낸 밥 깁슨 단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1968년은 전체 20개 팀 중 13개 팀이 팀 평균자책점이 2점대를 기록한 역사상 최고의 ‘투고타저’ 시즌이기에 깁슨의 기록은 약간 평가절하되는 면이 있다. 엄청난 홈런이 쏟아지는 ‘타고투저’ 시대에 만들어낸 류현진의 기록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역대급 기록을 남긴 투수라면 당연히 시즌 후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는 사이영상에서 1순위 후보가 된다. 승수, 삼진 등 여타 부분이 모자라더라도 정상급 투수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평균자책점에서 이 정도 압도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류현진도 향후 경기에서 여타 지표에 욕심내기보다 꾸준히 저실점 피칭을 이어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경기 뒤 “사이영상은 내가 받을 수 있다고 받는 것도 아니라서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오버페이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균자책점이라는 한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기로 결정한 류현진의 결정이 시즌 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