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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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에 환호하는 직장인, 출근 늦어지고 퇴근 빨라져 [뉴스 투데이]

서울 공공데이터 분석 결과 / 출퇴근 소요시간 1시간8분 / 10년 전과 거의 차이 없지만 / 업무지구별 시간대 차별화 / ‘직주근접’ 선호현상 짙어져 / 출근길 지하철역 하차 인원, 가산디지털단지 가장 많아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손모(39)씨는 최근 삶의 질이 한층 나아졌음을 느낀다.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손씨는 7년 전 결혼 후 은평구에 신혼집을 차렸다가 지난 5월 집을 영등포구로 옮겼다. 그는 “출퇴근 시간이 예전엔 왕복 2시간 이상 걸렸는데, 이젠 왕복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퇴근 후엔 다양한 취미 생활이나 자기 개발도 가능해졌다. 이래서 다들 직장 가까이에서 살려고 하는가 보다”라고 말했다.

12일 KEB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공공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표한 ‘서울시 직장인 출퇴근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8분으로 10년 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퇴근 시간은 빨라졌을 뿐이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인 ‘서울 서베이’의 지난 10년간 응답 자료를 통합 분석한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의 하루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은 1시간 8분(편도 33.9분)으로 10년 전(2008년) 1시간9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손씨처럼 거주 지역(자치구) 내에서 통근하는 직장인의 출퇴근 소요시간은 평균 42분(편도 21분)이었다. 손씨처럼 집과 회사가 같은 지역 내에 있는 직장인은 2008년 전체의 42%에서 지난해 51%로 증가했다. ‘직주 근접’ 선호 현상이 짙어진 것이다.

 

시간대별 지하철 이용 데이터(2008년 약 29억건, 2018년 약 31억건) 분석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서울시 직장인의 출근 시간은 대체적으로 늦어진 반면, 퇴근 시간은 빨라졌다. 특이점은 업무지구별 특성에 따라 출퇴근 시간 변화가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서남권(여의도·영등포) 지역의 경우 오전 7시대 출근 비중이 2008년 대비 4.8%포인트 커진 반면에 동남권(강남)은 오전 9시대 출근 비중이 5.8%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퇴근 시간은 모든 지역에서 오후 7시 이전 퇴근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 워라밸이 반영된 업무시간이 눈에 띈다. 서남권(구로·가산 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오전 9시대 출근 비중이 5.3%포인트 늘고, 오후 7~8시대 퇴근 비중이 8.9%포인트 감소해 출퇴근 시간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의 지하철역별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 변화로 업무지구 및 상권의 변화를 알 수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와 여의도, 합정, 홍대입구역의 출퇴근 시간 유동인구(승하차 인원 수)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 삼성, 선릉, 강변, 청량리역 등 전통의 오피스타운 유동인구는 감소했다. 특히 가산디지털단지는 출근 시간대 하차 인원(2008년에는 10위)이 가장 크게 늘어나 눈길을 끈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웠던 오피스타운과 베드타운을 계량적으로 판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분석 결과는 서울시 자치구별 ‘지역 내 총생산 지수’와도 대부분 일치했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분석 결과는 향후 상권 및 유동 인구 분석과 부동산 가격 예측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