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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불안 진원지만 콕 집어… '분양가 상한제' 약발 먹힐까 [뉴스+]

국토부, 서울·과천 등 31곳서 도입/ 전국 대상 2007년과 달리 ‘정밀타격’/ 악화일로 대내외 경제여건 등 고려/ 추후 시장상황 등 반영 구체지역 선정/ 로또 아파트·공급감소 등 해결 숙제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뉴시스

정부가 12일 일각의 우려에도 주택시장 규제의 ‘극약처방’으로 불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최근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발(發) 집값 상승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분양가를 직접 통제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수요를 억제하는 상한제를 전격적으로 현실화하면서도, 전국을 대상으로 했던 2007년과 달리 ‘투기과열지구’라는 규제지역으로 그 대상을 한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악화일로인 대내외 경제여건 등을 고려해 집값 불안의 진원지만 ‘정밀타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작년 11월 둘째 주부터 32주 연속 떨어지다가 지난 6월 넷째 주 보합을 거쳐 7월 첫째 주부터 34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집값 반등은 투자 수요가 집중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인근 지역 신축 아파트 등으로 퍼지는 추세다. 또 정부는 최근 고가 분양에 나선 일부 재건축 단지 등이 서울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 반등을 주도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회의실로 이동하는 金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앞줄 왼쪽)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방안 당정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10월 이후부터는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 과천시, 성남 분당구, 광명시, 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의 31곳에서 분양되는 모든 아파트가 원칙적으로 정부의 분양가 통제 대상이 된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직전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했거나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일반 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했거나 △직전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중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별해 국토부 장관이 위원장인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상 지역을 선정한다. 6월 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21%(물가상승률 0.4%)나 올랐기 때문에 정부가 원하면 사실상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의 투기과열지구를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들 지역 중에서 어떤 지역을 상한제 지역을 지정할지는 추후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의 경제여건 등을 감안할 때 서울 강남권 등 집값 움직임에 영향이 큰 지역만을 시범 케이스로 콕 집어 규제하는 이른바 ‘핀셋 상한제’가 유력해 보인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투기과열지역 중에서 3가지 선택요건을 정량 요건으로 고려해 선별하는데, 추후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상한제 대상 지역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아파트 공급 감소, 과도한 분양가와 시세 차이에 따른 차익 발생 등의 문제점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우선 정부는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30만가구 택지 공급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주택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시세차익에 따른 ‘로또’ 상한제 아파트 양산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여기에 국토부는 조만간 주택법을 개정해 수도권 공공 분양주택에 적용되는 거주 의무기간(최대 5년)을 올해 안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기 불법전매 등 최초 수분양자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전매규제, 실거주 여부에 대한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일반 주택사업처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가 아닌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앞당겨 적용하도록 했다. 이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재건축 허용연한 강화 등으로 위축될 대로 위축된 재건축 사업에 또 규제가 보태져 ‘소급 적용’, ‘재산권 침해’ 등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경우라도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며,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손해의 대상은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일 뿐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12일 발표하면서 상한제 적용에 따라 상당부분 이익이 감소할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 시공을 위해 철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규제 → 공급부족 → 집값 상승 악순환”

 

12일 정부가 꺼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는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부를 것이란 게 업계와 시장의 시각이다. 가뜩이나 경기악화로 악전고투 중인 건설업계는 정부 규제로 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우선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최근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였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시 안정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분양가 하락에 대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시세보다 20∼30%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양한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라고 강조했다.

 

시세가 높은 서울 강남권, 특히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주변 시세보다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와 업계에선 최대 현 시세의 절반가량까지 분양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내년 총선 때까지는 집값 올라가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재건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 뉴시스

장기적인 집값 안정효과에 대한 판단은 갈린다. 이번 정책의 타깃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이날 “날벼락을 맞았다”며 회의 소집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번 정책으로 이윤이 감소한 만큼 사업 추진을 미룰 확률이 높다. 한 재건축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분담금을 더 내서 새 아파트를 짓느니 보유 주택을 팔고 옆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내 신규 아파트 용지는 사실상 재건축·재개발밖에 없는 점이 ‘집값 상승’을 예측하는 핵심 논리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은진 부동산 114리서치센터 팀장은 “여전히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인식이 크기 때문에 신축·준신축 아파트들은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돼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며 “가격 안정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정부 규제에 반발해 위헌소송에 나서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축소하는 등 우회로를 찾을 수 있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뒤 정부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러다 보니 기존 아파트 매매 물량을 푸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한 부담을 줄여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악화로 고전 중인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로 더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고 분석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서울 사업이 어려워진 만큼 공사물량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지방 분양에 집중할 것”이라며 “지방 주택시장 과잉 우려도 해소가 안 됐는데 이러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시세의 70~80% 수준될 것"…분양가 상한제 Q&A

 

국토교통부는 12일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하면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조치의 시행 시점은.

 

“입법예고를 거친 뒤 법제처 심사를 거쳐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즉시 시행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구체적인 효과는.

 

“분양가 상승은 인근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해 집값 상승을 촉발하고 결국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과거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2007∼2014년) 서울 집값은 안정세였으나 분양가 규제가 자율화된 2015년 이후 시장이 과열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실수요자가 부담 가능한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해 시장 전반의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준다. 최근 국토연구원 분석 결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서울 아파트 가격을 연간 1.1%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사실상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무력화된다는 우려가 있다.

 

“상한제를 적용하면 애초 계획보다 일반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초과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고 환수액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는 재건축 단지나 입지, 사업속도별로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상한제 적용 시 분양가는 얼마나 낮아지나.

 

“일부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시세 대비 70∼80%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정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자료 공개는 어렵다.”

 

―임대 후 분양은 상한제 적용이 안 되나.

 

“임대 후 분양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고가 분양일 경우에는 보증이 거절될 수도 있다. 정비사업의 경우는 서울시가 조례로 임대 전환이 안 되도록 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은.

 

“2007년에 처음 분양가 상한제를 시작할 때는 전국에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지역과 시점 선정을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연례적으로 8월에 열렸는데 10월 시행령 개정 이후 열릴 수 있나.

 

“이번 달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지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 오늘 발표하는 것은 제도개선 내용이다. 입법예고 절차를 거치면 10월 첫째 주에 시행한다. 그 이후에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언제 열어서 지정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지정할지는 시장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다. 지금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투기과열지구 신규 지정 여부는.

 

“일단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검토할 예정이다. 추가 지정 계획은 아직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되면 신축단지의 상승도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통상 재건축 단지가 자산가치 상승효과가 크기 때문에 제한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도 신축단지나 주변 단지 가격이 상승하면 투기 수요에 의한 결과인지 자금출처 조사 등을 통해 단속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강남 재건축을 겨냥한 것인가.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아파트 공급 물량이 축소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분양가격과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돼 있다. 정비사업 경우 현재 사업이 본격화된 착공 또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단지가 151개(13만7000호)에 달한다. 이런 물량이 있어 물량 감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선별적 지정이라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상한제로 인한 공급 위축과 경기 위축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나기천 기자, 세종=이도형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