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스페인·사진)가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논란에 휘말린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AP통신은 여성 오페라 가수 8명과 무용수 1명 등 모두 9명이 “과거 도밍고로부터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도밍고를 상대로 한 이번 폭로에 참여한 이들 여성 중 실명을 공개한 이는 은퇴한 메조소프라노 패트리샤 울프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폭로한 이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도밍고의 부적절한 행위는 오페라계에서 오랫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밍고의 부적절한 행위는 그가 예술감독 등으로 활동했던 미국의 오페라 극장 등에서 1980년대 말부터 30년에 걸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 당사자들은 “성악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던 도밍고가 반복적으로 원치 않은 연락을 지속하고, 노래 레슨과 연습, 배역 제공 등을 빙자해 자신의 집에 와 달라고 요구했으며, 다리에 손을 올리거나 입술에 키스하는 등 원치 않은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여성 중 2명은 오페라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도밍고의 제안을 거절하면 원하는 배역을 따내지 못하는 등 경력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 두려워 그의 접근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통신에 고백했다.
이 중 1명은 도밍고와 2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도 폭로했다.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메조소프라노 1명은 23세이던 1988년 도밍고를 미 로스앤젤레스의 오페라 극장에서 처음 만났고, 도밍고가 가수로서 재능이 있다고 칭찬하면서 커리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27세의 나이에 오페라 공연 리허설 무대에서 도밍고를 만났다고 밝힌 또 다른 성악가는 결혼 사실을 밝혔음에도 도밍고가 배역 등을 미끼로 끊임없이 따로 만나자고 요구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고(故) 루치아노 파바로티(이탈리아), 호세 카레라스(스페인)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이름을 날린 도밍고는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밍고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30년 전까지나 거슬러 올라가는 일에 대한 익명의 개인들로부터 제기된 주장은 당혹스럽고 부정확한 것”이라며 “아무리 오래된 일이고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일지라도, 내가 누군가를 화나게 하고 불편하게 했을 수 있다는 점은 고통스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나의 교류와 관계들이 항상 환영받았고 합의된 것이었다고 믿는다”며 “나를 알거나 나와 함께 일했던 이들은 내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
사진=플라시도 도밍고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