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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같은 사건 다른 판단’ 2018년에만 14만건

매년 10만건 넘어… 수사권 조정 변수로 / 대부분 警 기소의견→檢 불기소 / 사건 결론 뒤집힌 당사자 20만명 / ‘警 수사 종결권 부여’ 의견 분분 / “권력 입김 안닿게 검경 대등해야” / “검찰 재수사 요청권 강제력 필요”

검찰과 경찰의 결론이 다른 사건 수가 매년 10만건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수사 종결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3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을 통해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경찰 송치의견별 검찰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경의 결론이 다른 사건 수는 14만1038건이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은 13만8844건, 반대로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이 기소한 경우는 2194건이다. 같은 기간 검경의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결론이 뒤집힌 사건 당사자(피고소·고발인 등) 수는 19만9010명이다.

검경의 결론이 다른 사건 수는 매년 10만건을 넘었다. 2010년 19만3005건을 기록했고, △2014년 15만4679건 △2016년 16만5461건 △2017년 15만4256건이었다. 올해 상반기(1∼6월)도 6만4367건을 기록하며 많은 사건이 경찰 손을 떠나 검찰이 기소하는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경찰이 불구속으로 송치한 사건 중 일부는 검찰 단계에서 구속사건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경찰이 불구속으로 송치한 사건 125만3164건(당사자 157만1605명) 중 2981건(〃 3167명 구속)은 검사 기소 과정에서 구속사건으로 바뀌었다. 검경의 결론이 다른 사건 중 대다수(2018년의 경우 98%)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불기소로 처분한 사건들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 기소 의견을 낸 많은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합의 등 사정변경이 생겨 불구속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경 간 ‘같은 사건 다른 판단’ 사건이 수두룩한 것은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한다. 다만 검찰이 사건기록등본 등을 검토한 뒤 문제점을 발견하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고, 고소인 등도 경찰이 불송치할 경우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해도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는 등 기소해야 할 사건들이 경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묻힐 수 있다”며 “마약 등 피해자가 없는 범죄의 경우는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사권 조정에 긍정적인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의 결론이 다른 사건 대다수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뒤집은 것”이라며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등에서 보듯 검찰의 결정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권력 눈치나 입김, 전관예우 등에 따라 대충 살피고 불기소 처분하지 않게 하려면 검경 관계가 대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검경 간 처분 차이는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다”며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 권한 남용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