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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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학순 할머니, 진상 알린 후 시작… 27년 지속 [1400번째 수요시위]

수요시위 발자취 / 422회 땐 남북공동 對日기소장 작성 결의 / 600회, 美 등 8개국서 열려… 전세계 확산
재미 한인 고교생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만든 영상 중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하는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14일로 1400회를 맞이한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걸어온 ‘연대의 역사’다. 매주 이어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일본 정부는 외면했지만, 이들이 전한 울림만큼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수요시위는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린 후,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명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1시간여 동안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때까지 매주 수요일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고, 이는 27년이 흐른 오늘까지 이어졌다. 이후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점차 확산됐다. 같은 해 12월 23일 열린 50회 수요시위에서는 25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일제의 만행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시민대회가 개최됐고, 이후 정대협 회원단체들만 주관하던 수요시위가 여러 단체로까지 번져나갔다. 지난 7일 열린 1399회 수요시위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의 시민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편 수요시위는 남북 간 연대의 장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 8월 9일 진행된 422회 수요시위에서는 같은 해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여성국제전범법정’에 남북이 공동으로 기소장을 작성하기로 결의했음을 알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남북이 하나가 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날 열린 1400회 수요시위에서는 북한의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가 전달한 연대사가 공개되기도 했다.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림일 특별 미사에서 사제들과 수녀님을 비롯한 시민들이 미사 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04년 3월 17일 열린 600회 수요시위는 일본과 미국 등 8개국 15개 도시에서 함께 열렸고, 이후 700회, 878회, 930회 수요시위 등 다수 집회가 세계 각국의 연대집회 형태로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이용수 할머니 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세 명의 소녀(한국, 중국, 필리핀)와 이들을 바라보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인물이다. 연합뉴스

수요시위와 함께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여 일본에 전달되기도 했다. 2010년 1월 13일 열린 900회 수요시위에서는 일본 정부가 입법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50만명 서명 캠페인’이 선포됐고, 같은 해 11월 42만여명이 참여한 서명 내용이 일본 정부에 전달됐다. 2017년 9월 13일 열린 1300회 수요시위에서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1억인 서명운동’의 결과가 일본대사관에 전달됐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