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한국미술전? 이게 뭐지?”
지난달 3일 프랑스 파리의 체르누스키박물관에서 한국 관련 자료를 살펴보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차미애 팀장은 깜짝 놀랐다. 1961년에 이 박물관에서 열렸던 ‘한국보물전’과 화가 이응노 관련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갔던 터라, 1946년 3월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브로슈어와 당시 언론 기사, 관련 메모 등의 존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광복 후 1년도 안 된 시점에 프랑스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전시회 ‘한국미술전’(EXPOSITION D’ART COREEN)이 열렸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르네 그루세 당시 박물관 디렉터는 전시회 브로슈어에 쓴 서문에서 한국 문화를 “심오하게 독창적인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선진문화의 일본 전파,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언급하며 “(한국사의) 이 장대한 기억들을 해방된 바로 이때에 되새겨 봐야 한다”고 전시회의 의미를 밝혔다.
재단은 “지난 6∼7월 진행된 프랑스 현지 한국문화재 실태조사에서 한국미술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며 “유럽의 첫 한국 전통문화 관련 전시로 알려져 있는 1961년 한국보물전보다 앞서 열렸고, 프랑스인들이 자체적으로 우리 문화재를 모아 개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14일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서구 선진국에서의 첫 한국 관련 전시회 ‘마스터피시스 오브 코리안 아트’(Masterpieces of Korean Art·1957년 미국에서 개최)보다 10년 이상 먼저 열린 것이다.
일제 지배에서 벗어난 지 1년이 안 되는 한국의 문화, 역사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루세 디렉터는 브로슈어 서문에서 “한국은 예술적 자주성을 전적으로 지키면서 중국 미술의 교훈을 가장 총명하게 동화시킨 극동의 나라”라고 평가했다. 임진왜란을 언급하며 “16세기 말 일본의 대륙을 향한 모든 정복 야욕을 꺾은 나라”라고 소개했다. 전시회를 스케치한 현지 잡지는 기사에서 고대 한국인들이 일본에 건너간 것이 “일본 행정조직과 엘리트층 교육의 출발점이었다”고 서술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장상훈 과장은 “식민지에서 갓 벗어난 나라의 전통문화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는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