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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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뼈 무게→다이어트', '면 생리대→혈흔'… 고유정 검색어 '의식의 흐름'

고유정 측 변호사 인터뷰·블로그 글 "안타까운 진실" / 논란이 된 검색어는 어떻게 발생했나? / 피해자 유족 측 "추잡한 발언으로 고인 명예 훼손" / 고유정 현 남편도 반박 "고씨가 끓여준 감자탕 먹어본 적 없다"

 

제주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 사진). 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희대의 사건’에 갑자기 ‘무죄 추정의 원칙’(법원에서 확정적으로 형을 선고받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원칙)이 소환됐다.

 

앞서 피고인 고유정 측 법률대리를 맡았던 P 변호사가 첫 공판 이후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이유로 변론을 포기한 가운데, 또 다른 변호사인 남윤국 변호사는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고 블로그에 입장문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고유정 사건엔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다. 

 

이에 ‘고유정 변호사’가 인터넷 포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논란이 되자, 법조인들은 하나 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훈 변호사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자가 전 부인이나 부인, 애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은 훨씬 많았다”라며 “그들이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데 고유정처럼 경호를 뚫고 머리채를 잡히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살인범을 변호했다고 변호인을 이토록 극렬하게 비난한 것을 들은 적도 없다. 웬만히들 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지난 12일 오전 첫 공판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고유정(붉은색 원). 연합뉴스

 

◇ 남윤국 변호사 “고유정 사건에 안타까운 진실 있다”

 

남 변호사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고씨의 범행은 계획된 게 아니라 ‘우발적’이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유정 사건의 첫 공판은 지난 1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법정에서 고씨 측 변호인들은 지난 5월25일 사건 발생 당시 고유정은 전 남편이었던 강씨로부터 성적 유린을 당할 위험에 처했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살인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 변호사는 고씨가 사건 전 인터넷에 ‘뼈 중량(무게)’, ‘뼈 강도’, ‘혈흔’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황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남 변호사는 “뼈와 관련된 검색어는 감자탕, 보신용 음식을 만들기 위했던 것”이라며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결국 해당 검색어의 끝은 다이어트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라면, 고씨는 현 남편 A씨에게 감자탕을 끓여주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의도 없어 ‘감자탕→뼈 무게(강도)→다이어트’로 검색이 귀결됐다는 얘기가 된다.

 

또 다른 검색어인 ‘혈흔’에 대해서는 고씨가 ‘면 생리대’를 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두 차례 유산 경험이 있는 고씨가 면으로 된 생리대를 알아보다 (생리대에 남는)혈흔에 대해 찾아본 것”이라고 했다.

 

해당 검색어들은 비슷한 시기 고씨가 검색했던 수천개의 검색어 중 일부일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언론은 물론,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쏠리자 블로그 글에서 “업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어떤 불법적인 행위(예를 들면,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나 시도가 있다면 법률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윤국 변호사가 블로그에 올린 글 갈무리.

 

◇ 피해자 유족의 반격 “고인 명예훼손 용납할 수 없다”

 

남 변호사의 주장이 보도된 후 강씨(고유정 전 남편) 유족 측은 법률대리인 강문혁 변호사를 통해 “피고인(고유정)은 피해자(강씨)의 경동맥을 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비상식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 성명을 냈다.

 

유족 측은 “고유정이 현 남편의 몸보신을 위해 감자탕을 검색하다 ‘뼈 중량’ 등을 검색했다고 하지만, 현 남편은 감자탕을 먹어본 적도 없었고 사건이 일어났던 5월에는 고유정과 함께 청주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씨가 강씨를 ‘변태성욕자’라고 지목하며 “그의 성욕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잡한 발언으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고씨의 변호인이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명예훼손을 운운하는 것 역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 현 남편 A씨 “날 위해 감자탕? 먹어본 적 없다… 거짓말 그만”

 

고씨의 현 남편 A씨 역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린 글에서 고씨 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A씨는 우선 “고유정과 고유정의 변호인의 의도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인해 파렴치한 고유정의 동조 여론이 일고 있다”며 “몇몇 언론에서는 제목의 헤드라인을 마치 양쪽의 진실공방 쪽으로 몰고 있으며, 고유정도 변호 받을 권리가 있다는 등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고유정에게)변호 받을 권리는 있다. 그러나 변호를 받아야지, 거짓을 이야기 하고 아무런 사실 관계도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를 하면 안 된다. 제발 진실된 변호만 받기를 권한다”고 했다.

 

A씨는 고씨 측의 ‘감자탕’ 관련 검색어 주장에 대해 “상식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감자탕을 보양식이라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라며 “고유정은 직접 감자탕을 해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감자탕 음식을 한다는 사람이 뼈 무게를 검색? 정말 아무리 뻔뻔하고 얼굴이 두껍다 한들 거짓 주장도 적당히 하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한 “‘김장매트’란 단어는 김장을 위해서 검색했다”는 고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고유정은 살면서 단 한 번도 김장을 해본 적이 없다. 게다가 검색 시기는 5월인데 김장 시기도 아닐 뿐더러, 당시 고유정과 나는 5월을 제주에서 보내기로 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고유정 현 남편 A씨가 지인을 통해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글 갈무리.

 

A씨는 “아이를 위해 선처 해달라”는 고씨 측 변론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고유정이 엄마로서 자격이 있나 의문”이라며 “오죽하면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이 아이 엄마와 통화해 본적도, 만난 적도 거의 없다고 했겠나. 2018년 8월 휴가기간 아이가 청주에 와서 며칠 머무르는 사이에도 고유정을 집을 나간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니코틴 치사량’은 현 남편을 위한 검색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를 위해 니코틴 치사량을 검색을 했다는 얘기는 자칫하다간 제가 죽임을 당할 뻔 했다는 소리로 밖에 안들린다”라며 “하필 검색 시기도 5월이었을까?”라고 물었다.

 

또한 그는 “(고씨는)전 남편과 저를 굉장히 과한 성욕자로 몰고 간다”라며 “저와 고인의 명예가 굉장히 실추됐다. 그렇게 조신한 여자가 두 남자를 속이며 당일 면접교섭일임에도 펜션을 예약해 숙소를 가겠나? 경고한다. 더 이상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로 여론을 움직일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멈추시길 바란다”고 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고인이 되신 전 남편 분은 시신조차 못 찾고 있어 장례도 제대로 못 치르고 있다”라며 “우리아기(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은 경찰들의 부실수사로 뚜렷한 물증조차 안 나오고 있다. 이게 안타까운 진실”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고유정 체포 당시 영상 갈무리.

 

한편, 고씨는 지난 5월25일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여러 차례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직까지 강씨의 시신을 찾지 못해 시신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열리게 됐다.

 

또 경찰은 고씨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10분쯤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붓아들 B(5, A씨의 아들)군의 사망 원인과도 관련이 있는지 수사 중에 있다. 해당 사건은 조만간 경찰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 전 남편 살해사건에 대한 2차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201호에서 열린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보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