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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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反日 경쟁과 북한의 대남전략

北, 한·미 동맹 와해시키기 위해 / 한·미·일 삼각협력 균열 노려 / 최근 한·일관계 최악으로 치달아 / 자칫 美중심 자유진영 이탈 우려

어제는 광복 74주년 기념일이었다. 최근 일제 징용공 배상문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불거진 한·일 간의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한·일 갈등 및 친일 논란과 관련한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한국은 세계질서의 중대한 변동 국면에서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이탈하게 돼 6·25전쟁 이후 최대의 국가적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점차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국가 진영으로 나뉘고 있다. 특히 중화민족패권주의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아시아에서는 미·중 패권전쟁과 연관된 편 가르기가 심화돼 왔다. 더욱이 경제민족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등을 통해 중국의 패권도전을 확실히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출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강력한 미·일동맹에 기초한 중국견제라는 전략을 분명히 내세웠고, 미국 트럼프 정부와 일본 아베정부는 인도태평양전략으로 구체화했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그리고 일본은 한국이 대중국 견제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친중 국가화될 수 있음을 미국에 선전해 왔다. 이 시기에 한국의 박근혜정부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고, 한·중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일본과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중국 공산당이 주최한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천안문 기념식에 자유민주주의국가 지도자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하기도 했다. 이 사건들은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한국이 친중 국가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했다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면서 부분적으로 진정됐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정권 문재인정부의 등장은 보수정권 박근혜정부보다 더욱 친중적, 반일적 행보를 강화함으로써 결국 한국을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으로부터 갈수록 이탈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는 한·일 간 위안부 합의의 파기, 정부·여당 인사의 연이은 친중 발언, 미국이 반대하는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참여 허용과 징용공 배상문제 대법원 판결에 이은 한·일 간의 최악의 외교적 갈등 등이다.

그런데 여당과 야당은 서로 정략적 판단에 따라 현재 한·일 갈등국면에서 반일투쟁의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의 세계정세 대변동과정에서 반일투쟁이 가져올 비극적 결과, 즉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이탈하게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은 진보세력은 물론 보수세력까지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동맹의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하고,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이라는 신냉전질서의 구축에 대한 인식이 결핍돼 있다는 데 있다.

다른 한편 북한은 6·25전쟁 이후 대남전략의 핵심내용으로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기 위한 전술로 한·미·일 삼각협력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한·미동맹을 직접 공격하면 국민적 지지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 징용공 문제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북한의 대남전략은 다양한 경로와 방법을 통해 실현돼 왔다. 특히 1980년대 주사파 학생운동의 급속한 확산을 기반으로 그 이후 한국사회 각계각층으로 진출한 진보세력의 반미반일 친북친중적 사고는 한국사회 대부분의 영역으로 확장돼 왔다. 그 결과가 현재의 최악의 한·일관계이다.

따라서 현재의 한·일 갈등문제는 현상적인 몇 가지 문제에 집착해서는 국가적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해석할 수도 없고 해답을 찾을 수도 없다. 세계질서의 변동, 자유민주주의, 북한의 대남전략에 대한 깊은 이해가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현재의 한·일 갈등은 단순한 경제적 타격을 넘어서 한국이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이탈되는 최악의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