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유엔이 인정한 기후변화 교사를 배치한 세계 최초의 지역을 꿈꾸다’
지난달 3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기사다. 내용인즉, 잉글랜드 북동부에 있는 노스오브타인이라는 연합지자체(combined authority)가 유엔의 인증을 받은 기후변화 교사를 모든 국공립학교에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기사는 여러 인터뷰를 인용해 “유엔이 운영하는 ‘기후변화 교사 코스’를 15∼20시간 이수한 교사가 각 학교에 한 명씩 배치되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만족하는 세계 첫 지자체가 된다”고 평가했다.
지난봄 미국에서 실시된 설문에서는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의 84%가 기후변화는 ‘반드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답했다. 교사 중에는 이런 응답률이 86%로 좀 더 높았다.
실제로 학생에게 기후변화를 가르친 적이 있는 교사들은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화하는 주법이 필요하다’(70%)고 답했고, ‘학교가 기후변화 토론을 장려했다’(64%)고 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짐작건대 ‘아, 역시 선진국이라 다르네’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또 이런 나라도 있다. 2000년부터 수학, 영어처럼 환경 전담교사를 배출하고 있고, ‘환경’이라는 선택과목도 있다. 환경교육을 장려하기 위한 별도의 법도 있는데, 최근에는 ‘학교장이 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추가됐다.
영국과 미국도 울고 갈 제도와 기반을 갖춘 이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그런데 우리 환경교사들은 진짜 ‘울고 싶은’ 심정이다.
한 달 전 몇몇 교육위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시대 환경교육 입법화’ 토론회. 환경교육 전문가들과 학과 재학생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그 내용은 한결같이 ‘환경교육의 멸종을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2007년 20.6%에 달했던 중고교 환경교과목 채택률은 2016년에 8.9%로 줄었다. 전국 환경교사는 30명도 안 되는데, 서울에는 환경교사가 ‘딱 1명’ 남아 말 그대로 멸종위기 상황이다.
매년 90명씩 환경교육과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2009년 이후 신규 임용은 0명이다.
‘그러잖아도 학업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굳이’ 환경까지 가르쳐야 하는가’, ‘독일 같은 나라도 환경과목을 따로 가르치지 않는데 ‘굳이’ 환경과목이 필요한가’라는 세간의 인식과 무관심이 더해진 결과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입의, 대입에 의한, 대입을 위한 우리 교육 현실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환경의식을 기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환경을 가르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찾으려는 것 같아 아쉽다.
이재영 공주대 교수(환경교육)는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교육 제도를 갖추고도 이를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눈치보듯 존재의 이유를 역설하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씁쓸하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에 ‘기후위기 불감증’까지 어린 세대에게 물려주진 말아야 한다.
윤지로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