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23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폭염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15일은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잠시나마 무더위에서 해방됐지만, 16일부터는 다시 평년을 웃도는 기온이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 속초에 151.8㎜(오후 3시 기준)가 내린 것을 비롯해 강릉 136.0㎜, 태백 82.5㎜ 등 강원 영동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일본 규슈 동쪽을 지나간 제10호 태풍 ‘크로사’가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일으킨 동풍이 태백산맥에 부딪히며 비를 뿌렸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와 충청·전라 내륙에도 크로사의 가장자리에서 만들어진 구름대의 영향으로 15∼60㎜가량의 비가 왔다.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 덕에 더위는 주춤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서울 28.6도, 수원 29.8도, 대전 29.3도, 광주 31.9도, 부산 28.5도로 전날보다 5도가량 낮았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도 33.3도(경남 남해)에 머물렀다.
최근 며칠 워낙 더웠던 탓에 ‘시원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평년(1981∼2010년) 이맘때 기온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예전 같으면 8월 중순에 이 정도의 기온이 ‘정상’이었지만 이제는 태풍이라는 ‘이벤트’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16일부터는 다시 평년을 웃도는 기온이 이어지겠다. 아침 예상 최저기온은 서울·수원·춘천 25도, 대전·여수·대구 26도 등 열대야 기준에 들겠고, 낮에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수은주가 30도를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중기예보(18∼25일)에서 “낮 기온이 내륙을 중심으로 33도 이상 오르면서 무덥겠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고 전망했다.
크로사는 16일 오전 9시 독도 북동쪽 약 290㎞ 부근의 해상에서 북동진하며 점점 멀어지겠고, 17일 오전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