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공식 트위터에 대만을 중국령으로 표현하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항의를 받고 삭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팔로어가 1000만명 이상인 공식 트위터에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와 지역을 소개하면서 대만 국기 밑에 “중국의 성(省)”(Province of China)이라는 표현을 달았다. 유엔은 1971년 총회에서 “중국 정부 대표단을 합법적인 유일한 유엔대표단으로 간주한다”고 결의한 이후 기자회견이나 공식문서에서 “중국의 성인 대만”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총영사관 격인 주뉴욕 ‘타이베이경제변사처’는 이 표현에 반박하는 형식으로 “유엔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는 진실을 진지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동성혼을 인정한 것은 민주주의적인 기구와 인권 존중에 따른 것으로 중국이 똑같은 일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문제의 글은 삭제됐다. 당초 지난 4일 트위터 등에 이 영상을 투고한 ‘유엔 위민’(UN Women)은 아사히신문에 “영상을 재검토한 결과 세계의 동성혼 허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삭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유엔 위민은 어느 부분이 정확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엔은 총회결의에 따라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한다”고 덧붙여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반중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대만에서도 중국 중앙정부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개의 국가, 두 개의 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고 있다. 홍콩처럼 자치권을 침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지난 6월 만 20세 이상 유권자 1092명을 대상으로 한 대만 독립 문제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양안(중국과 대만)이 통일돼야 한다는 응답은 13.6%로 나왔다. 1991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탈중국화’ 정책을 추진하며 재선 도전에 나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물론 친중국 성향의 중국국민당 대선 후보인 한궈위 가오슝시 시장도 최근 공개적으로 일국양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