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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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의 참변'…폐지 수거 생활 노인 등 3명 화재로 숨져

창문 없는 2평 방서 생활해와
화재로 무너진 여인숙

19일 새벽 전북 전주 여인숙에서 화재로 숨진 노인 3명 가운데 2명은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날 여인숙 화재로 70∼80대 노인 3명이 각자 방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다. 이 중 2명은 폐지를 수거하며 장기투숙했으며, 한 명은 이곳에서 숙식하면서 관리를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참변이 발생한 여인숙은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전주시청 인근으로 총면적은 72.94㎡로 방 한 개에 6.6㎡(약 2평) 정도다.

1972년에 사용 승인된 '목조-슬라브' 구조로 지은 지 48년이나 돼 매우 낡고 객실은 모두 11개로 구성됐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고 내부는 이불을 깔고 자는 방으로만 돼 있다. 창문이 없는 방도 있었다. 말 그대로 쪽방 여인숙이다.

피해 투숙객들도 대부분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빈곤층이라고 주변에서 오래 살았던 주민들은 전했다.

불에 탄 여인숙 입구

한 주민은 "여인숙 주변을 지나다 보면 항상 폐지가 근처에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여인숙 방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는 장기투숙객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여인숙에는 장기투숙객 10명이 등록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목격자들은 '펑' 소리가 연이어 들리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다 쓴 부탄가스 더미가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사망자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새벽에 갑자기 불이 나 대피가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시간대인 이날 오전 4시께 주변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여인숙을 오고 간 인물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화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