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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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 끝나자… 韓·美, 北에 ‘대화 복귀 손짓’

이도훈·비건 회동… “北, 실무회담 임해야” / 폼페이오 “김정은, 직접 테이블 나와야” / 北, 美 공격… 강도는 세지않아 협상 ‘여지’

한·미가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북한에 본격적으로 비핵화 실무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한반도 정세 악화의 탓을 남측이 아닌 미국에 돌리며 오랜만에 미국을 직접 공격했지만 강도는 높지 않았다. 협상 재개 시점이 무르익자 북한이 미국을 견제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1시간20분가량의 만남을 갖고 북한의 빠른 실무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비건 대표는 회담 뒤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AP연합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0일(현지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대만큼 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테이블로 나와 더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훈련 마지막날이었던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남·북·미가 “(평화경제의) 천금 같은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한·미가 잇따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자신의 러시아 주재 대사 임명설을 직접 부인했다. 미국 협상 대표가 한국 언론 앞에서 거취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는 대사 임명설에 대해 ‘루머(소문)’라며 “러시아 대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북한 문제에 진전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상대적으로 북한 입장을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건 대표에서 미지의 인물로 협상 대표가 바뀌는 변수를 스스로 정리함으로써 북한을 안심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외교당국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만남에 앞서 비건 대표가 전날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의 만남에 대해 “좋은 만남이었다”고 이 본부장에게 말하고, 회동 뒤에도 북한 문제에 앞서 한·미·일 공조를 먼저 언급한 것은 최근 한·일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통보시한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남측을 공격하면서도 대미 비난은 자제해 오던 북한은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을 비판했지만 강도는 세지 않았다.

 

홍주형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