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도들은 부적절한 논문 저자등록 관행을 어떻게 볼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젊은 과학도들을 상대로 연구윤리 등에 관한 설문조사가 실시돼 눈길을 끈다. 2005년 황우석 서울대팀의 논문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커뮤니티에서 실시 중인 이번 설문조사는 시작 사흘 만에 800명이 넘는 참여자가 응답했다. 브릭은 석·박사나 포스닥(박사 후 과정) 과정에 있는 젊은 생명공학인들의 모인 커뮤니티다. 회원 8만여명 중 국내외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과학도 숫자만 6만5000명이다.
◆과학도들 상대 처우개선 설문조사…논문 저자등록 항목 눈길
23일 생명공학계에 따르면, 브릭에선 지난 20일부터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달 8일 종료되는 설문조사는 총 64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840여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설문 항목 중 연구윤리에 관한 부분이다. 해당 항목엔 “논문 저자권 등 연구윤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지’를 물었고, ‘연구윤리에 어긋나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질의하며 예시로 연구 기여도가 적은 사람을 저자에 추가하는 행위(선물저자)를 들었다. 앞서 조 후보자 딸 조씨는 고등학생 2학년 시절 의학 논문 1저자로 등록되면서 대학 입시를 위한 ‘선물저자’ 논란을 일으켰다.
브릭 측은 이번 조사는 대통령 직속기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공동 추진한 것으로 최근 사태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브릭 관계자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처우와 관련해 의견을 수집하는 차원”이라며 “설문조사 항목의 경우 두 달 전부터 준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젊은 과학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조사 나흘째인 이날 오후까지 참여자만 800명을 넘겼다. 직전에 진행된 ‘Neuroscience’(신경과학) 어떻게 연구하는가’ 설문조사가 25일 동안 고작 257명이 응답한 것과 비교된다. 한 대학원생은 “조국 딸 논문 사태를 계기로 젊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선물저자, 논문상납 등 잘못된 저자권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젊은 과학도들 “논문 1저자인 조국 후보자 딸은 연구노트 공개해야”
이날 브릭 게시판 ‘소리마당’에는 조씨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록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이 중에는 조씨의 연구노트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연구노트는 연구자가 수행하는 실험 등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것으로 실험 과정과 조건, 현상,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연구생 A씨는 “(조국 후보자 딸은) 제1저자인 만큼 연구노트가 없을 수 없다”며 “최소한 연구실에 있을 테니 연구노트를 공개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생 B씨도 “제1저자를 받기에 충분할 만큼 기여를 했다고 했으니 본인 연구노트나 raw data(실험이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집한 원래의 자료)가 있는 게 정상이다”고 말했다. 논문 적정성을 심의하는 단국대 측도 조씨에게 당시 실험 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연구노트 제출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