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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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독재·망나니" vs "경호권 발동"…막말 속 여·야 4당 '선거법 처리'

정개특위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의결…여야 4당 공조속 바른미래 지상욱만 '이탈' / 표결 직전 한국당 의원들 몰려와 "날치기", "국가전복 시도" 항의 / 여야 물리적 충돌은 없어…거친 말싸움만 / 인사청문회 제외 모든 국회일정 중단…조국 청문회 예정대로 할 듯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규탄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9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개혁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다만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여야 간 몸싸움은 되풀이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이 마련한 선거제 개혁안의 표결 가능성이 점쳐진 만큼 이날 전체회의는 예정된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시작됐다.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자리했다.

 

민주당 소속인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은 회의 시작과 함께 전날 안건조정위에서 조정안으로 의결된 선거제 개혁안, 즉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홍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오늘은 안건조정위가 조정안으로 의결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일정"이라며 표결 처리 강행을 시사했다.

 

이어 여야 4당과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이날 표결 처리 여부를 놓고 대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개정된 선거법을 적용해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이날 의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내년 총선의 선거 관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8월 말에 의결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 의결해야 90일 동안 여야 협상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전날 '패스트트랙 충돌'과 관련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고 소개한 뒤 "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경찰 조사도 받지 않으면서 법을 지키자고 말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패스트트랙 합의 목적에 따라 내년 총선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개특위 기한 내에 이 법안이 잠정적으로나마 의결돼 법사위, 본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날치기', '독재', '망나니' 등 격한 표현을 동원하며 표결 저지에 나섰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영표 위원장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시키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과거 '대화와 타협이 빠진 다수결은 수의 독재로 전락한다'고 했다"며 "옛날의 조국이 현재의 민주당을 저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안건조정위에서 간사 간 합의도 안 된 부분을 숫자가 많다고 표결로 처리하는 망나니 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역사 앞 죄인들"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날치기를 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어떻게 용인하라는 것이냐"며 "국회법에 따라서 안건을 조정하고 내년에 못 치르면 그다음 4년 뒤 선거에서 적용하려 노력하면 된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자 홍 위원장은 "날치기인지 아닌지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으로 회의 진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홍 위원장이 발언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한 데 대해 한국당 의원들은 또다시 반발했고, 토론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위원장석으로 다가가 격하게 항의했고, "국회에서 언로를 막고 있다.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 말라"(한국당 정유섭 의원), "여러분이 만든 법을 여러분이 어긴 것"(민주당 기동민 의원) 등 의원들 간 설전도 이어졌다.

 

토론이 종료될 즈음엔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20여명이 정개특위 회의장으로 몰려와 피켓을 들고 "날치기를 중지하라", "국가전복시도"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홍 위원장에게 "경호권을 발동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난무한 가운데 홍 위원장은 곧바로 '기립 투표' 방식의 표결을 강행했다.

 

민주당 의원 8명과 바른미래당 김성식·정의당 심상정·무소속 이용주 의원 등 11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성 의사를 표시했고, 선거법 개정안은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의결됐다.

 

같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지상욱 의원은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주문하며 찬성하지 않았다.

 

정개특위 회의장에 몰려든 한국당 의원들은 홍 위원장의 선거법 개정안 가결 선언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는 않았다. 다만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 처리 강행에 격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정개특위 선거법 의결' 강력 반발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여야 4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의 선거제 개혁안 의결을 강행하자 '원내외 투쟁 병행'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려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장제원 간사 등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이날 정개특위에서의 선거제 개혁안 의결을 전후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 같은 대응 방침을 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오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은 계속하지만, 다른 국회 일정은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한국당은 이날 인사청문회 관련 일정을 제외한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8 회계연도 결산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결산 심사 및 외교부·통일부 현안보고 등을 위한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줄줄이 취소됐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 오늘 인사청문회 외 의사일정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선거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하고 규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원외 투쟁 강도도 한층 높일 예정이다. 당초 오는 30일 부산 송상현광장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한국당은 그다음 날인 31일에도 서울 광화문에서 장외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황교안 대표는 의총에서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정부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한 모든 투쟁을 다 해야 한다"며 "원내는 원내대표 중심으로 뭉치고, 원외투쟁도 당 지도부를 믿고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정개특위 의결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하고, 정개특위 홍영표 위원장과 김종민 안건조정위원장을 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나아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첫 관문을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이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남은 관문에서 총력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은 예정대로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실제 한국당은 이날 오후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여했다.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낱낱이 밝히는 게 효율적인 대여(對與) 투쟁 전략이라는 판단에 덧붙여 청문회 보이콧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당은 전날도 '조국 청문회 보이콧' 문제를 논의했으나, 당내 다수 의원들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