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을 추가로 받게 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순실씨의 경우 유죄를 받은 강요죄에 대한 혐의를 벗어나게 됐지만 처벌수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원합의체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1·2심 선고가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다른 혐의와 분리 선고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등 공직자의 경우 피선거권 박탈 사유가 되는 뇌물죄를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서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열릴 박 전 대통령의 2심에서 양형이 분리되면 여러 혐의를 한데 뭉쳐 하나로 선고하는 경합범보다 전체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은 최씨에 대해선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은 없었다고 봤다. 하급심 재판부는 최씨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에 대한 재단 출연 요구나 현대자동차에 대한 납품계약 체결 및 광고발주 요구, KT에 대한 채용·보직변경과 광고대행사 선정 요구는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강요죄 협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삼성이 ‘강요’에 의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말 3마리의 소유권을 넘겨줬다는 주장도 배척될 전망이다. 다만, 최씨의 형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경우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와 상관없이 뇌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모의한 점이 인정되는 만큼 두 사람에게 ‘공동정범’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