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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격 기자회견’ 나서는 이유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국

입력 : 2019-09-02 14:58:46
수정 : 2019-09-02 15: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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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국회 청문회 무산에 ‘국민청문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적선현대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초 2일부터 열기로 합의된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된데 이어 자유한국당이 쟁점이었던 ‘가족 증인’ 철회 카드를 꺼내들자 다시 청문회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결국 일정 조정은 물거품이 됐다. 청와대는 사실상 임명 강행 수순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국회에서 전격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曺, “밤 새워서라도 충분히 소명할 것”···사실상 ‘국민청문회’ 통해 의혹 해명하고 국민 판단 받겠다는 뜻

 

2일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한 조 후보자는 “의혹에 대해 어떤 질문도 사양하지 않겠다”며 회견 장소인 국회로 향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국회로 출발하며 “국민 검증 기자회견 자리에서 저의 마음을 모두열고 말씀드리겠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충분히 (의혹에 대해) 소명 드리겠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국회에 청문회 개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인사청문회 무산으로 오늘 중이라도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자 더불어민주당에 요청했다”며 “민주당과 기자단의 협의를 통해 오늘 오후 3시 30분에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기자회견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소명할 것인지 묻자 조 후보자는 “제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자들이 질문하는 대로 답변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유한국당이 가족 증인채택 요구를 철회하면서 5일 뒤 청문회를 열자고 했는데, 기자회견을 잡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국회 청문회는 여야 합의사항이고, 저는 합의 주체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2일 법사위 전체회의가 파행된 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가 이해찬 대표와 이 원내대표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당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대국민 기자회견 방식의 소명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해왔다”면서 “지금까지 가해 온 무차별적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에 대해 조 후보자도 국민에게 소상히 밝힐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명칭은 기자회견이지만 국회 청문회가 무산됨에 따라 사실상의 국민청문회 형식으로 대국민 소명 기회를 갖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게 보는 한 이유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조 후보자가) 의혹과 가짜뉴스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소상히 알리는 기회가 없었다”며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조 후보가 시간을 갖고 충분히 객관적 실체와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국당, “가족증인 철회하며 주말 청문회 열자” 제안했지만···민주당, “오늘부터 진행해야” 단칼에 거절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이야기하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 어머니’를 모두 양보할 테니 오늘 의결해서 법대로 청문회를 하자”고 밝혔다. 조 후보자 가족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를 양보하겠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오늘 청문회에 대해 의결하면 5일이 경과한 후에 청문회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법상 청문회 5일 전에 의결해야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만큼, 증인 카드를 포기하는 대신 청문회 일정을 최대한 늦춰 추석 때까지 ‘조국 정국’을 끌고가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즉각 ‘청문회 일정 연기 불가론’을 내걸며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합의대로 오늘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언론에 “나 원내대표의 제안은 ‘청문회 무산’으로 한국당에 돌아갈 비난의 화살을 회피하는 동시에, 조 후보자 청문 정국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9일, 이르면 이번주 내로 임명 가능성

 

한편 청와대는 조 후보자 임명 절차에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지 않고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원래 여야가 합의했던 청문회 마지막날인 3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에 재송부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송부 기한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청문회가 며칠 미뤄질 경우엔 청문회 이후로 기한을 설정해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문회가 다소 늦춰질 경우 재송부 기한이 9일 이후로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늦어도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12일 전에는 조 후보자 임명에 관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국회가 청문회 일정 합의에 결국 실패해 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오는 6일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만큼 귀국 후 첫 근무일인 9일(월요일) 조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순방 도중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조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