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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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져라" "뻔뻔하다" "사형시켜라"…고유정 2차 공판 방청객들 울분 터트려

고유정 변호인 "졸피뎀이 피해자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피고인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
2일 오후 고유정이 두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의 2차 공판에서는 졸피뎀이 고씨와 피해자 중 누구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이 이어졌다.

 

제주지법 형사2부는 사건 발생 101일째인 2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고씨는 1차 공판 때와 같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재판은 고씨가 피고인석에 앉자마자 곧바로 계획적 살인을 주장하는 검찰과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는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으로 전개됐다.

 

고씨의 변호인은 우선 피고인이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먹이지 않았다며 검찰 측의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국과수와 대검찰청에서 각각 조사를 실시해 피고인의 차량에서 나온 이불과 무릎담요에서 혈흔이 나와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검찰이 주장하지만 붉은색 담요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이 모두 나왔다. 따라서 졸피뎀이 피해자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피고인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국립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의 감정결과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한 데 이어 졸피뎀 약효의 지속성, 효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제약회사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또 현남편 전처의 가족을 증인으로 신청해 눈길을 끌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현남편으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어 현재 고소한 상태다. 현남편은 피고인에 대한 거짓진술로 좋지 않은 여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며 현남편 전처의 가족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현남편이 고씨에 대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고씨 측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동선과 증거물에 대한 확인을 위한 현장검증을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검찰은 "이불과 믹서기, 담요 등 감정물 1번부터 18번 중에서 나온 혈흔의 약독물 검출 여부가 중요하다"며 "결과를 보면 (졸피뎀이) 검출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주목한 것은 붉은색 담요"라고 말했다.

 

검찰은 "붉은색 담요를 펼쳤을 때 13개 부위에서 비산흔이 나왔고,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을 추적한 결과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했다"며 "피해자의 것이 아니라는 변호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혈흔에서 졸피뎀을 검출한 국과수 감정관, 혈흔이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한 감정관 2명과 법의학자 1명, 고씨의 범행이 계획적임을 입증하기 위해 대검찰청 전문 심의위원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고씨 측이 현남편 전처의 가족을 증인 신청한 데 대해 공소사실과 무관한 증인 신청이라며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씨가 수사기관에서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다가 현장검증을 하겠다는 것은 자신이 주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사후 (주장을) 맞춰보겠다는 것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소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오후 고유정이 제주지법에 도착하자 교도관들이 호송차량으로 일반인이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현남편 전처의 가족 증인신청과 현장검증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검토한 뒤 다음 기일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에 대한 증인신청 역시 고씨 측의 반발에 따라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고씨는 1시간 20분 남짓 진행된 이번 공판에서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인 채 재판에 임하면서도 검찰이 증거를 들며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반론을 펼칠 때에는 고개를 들어 관심있게 지켜보기도 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방청객들은 고씨 측 변호인의 주장에 탄식을 내뱉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방청객들은 재판의 끝날 때 '고유정 솔직해져라', '뻔뻔하다', '사형시켜라' 등의 고성을 질렀다. 

 

피해자 유가족도 이날 법정 내 방청석에 앉아 울분을 삼키며 재판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지난달 27∼29일 제주시 내 한 장례식장에서 전남편인 강모(36)씨에 대한 장례를 치른 뒤였다.

 

유족들은 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해 집에서 찾은 강씨의 머리카락 8가닥과 양복 한 벌로 장례를 치러야 했다.

 

유족들은 사건발생 100일째인 1일부터 이틀에 걸쳐 백일제를 지내고, 이날 불교식 화장을 진행한 뒤 봉안탑에 안치시켰다.

 

이날 고씨의 재판은 제주지법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을 추첨을 통해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첫번째 재판은 방청권 배부가 선착순으로 이뤄졌지만, 긴 기다림 끝에도 법정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시민과 법원 측과의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추첨 방식으로 변경됐다.

 

재판이 끝난 뒤 교도소행 호송 버스가 주차된 제주검찰 건물 뒤편에는 교도소로 돌아가는 고씨를 보기 위한 시민과 취재진 수십명이 몰리며 북적였다.

 

다만 교정당국이 이날 호송 차량이 주차된 장소와 약 2m 떨어진 곳에 출입금지 선을 설치하고, 교도관 10여명을 배치해 첫 재판 때와 같이 고씨의 머리채가 잡히는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9월 16일 오후 2시 열린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