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 사건 2차 공판에서는 검찰이 계획적 살인 증거로 제시한 졸피뎀(수면유도제)이 고씨와 피해자 중 누구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이 이어졌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사건 발생 101일째인 2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우선 피고인이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먹이지 않았다며 검찰 측의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에서 각각 조사를 실시해 피고인의 차량에서 나온 이불과 무릎담요에서 혈흔이 나와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검찰이 주장하지만 붉은색 담요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이 모두 나왔다. 따라서 졸피뎀이 피해자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피고인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졸피뎀을 먹으면 보통 30분 이내에 쓰려져 잠이 들게 돼 있다”면서 “(피해자가 반항했다는)검찰 측 주장은 상식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졸피뎀 제조사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해 관련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국과수와 대검찰청의 감정결과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한 데 이어 졸피뎀 약효의 지속성, 효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제약회사에 대한 증인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불과 믹서기, 담요 등 감정물 1번부터 18번 중에서 나온 혈흔의 약독물 검출 여부가 중요하다”며 “결과를 보면 (졸피뎀이) 검출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주목한 것은 붉은색 담요”라고 말했다.
검찰은 “붉은색 담요를 펼쳤을 때 13개 부위에서 비산흔이 나왔고,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을 추적한 결과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했다”며 “피해자의 것이 아니라는 변호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혈흔에서 졸피뎀을 검출한 국과수 감정관, 혈흔이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한 대검 감정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이 범행 당일 오후 9시50분쯤 펜션 업주와 6분50초 동안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 있다”며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면서 업주와 통화한 내용을 보면 계획 범행 관련 중요 증거”라며 다음 공판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유정이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씨는 1시간 20분 남짓 진행된 이번 공판에서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인 채 재판에 임하면서도 검찰이 증거를 들며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반론을 펼칠 때에는 고개를 들어 관심있게 지켜보기도 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제주~완도 간 해상과 아버지 소유의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 쓰레기장 등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