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 주간 타임이 최근 호에서 10년 후 회사원의 생활을 상상해 보도한 내용이다. 스웨덴의 리서치 전문 업체 ‘베르그 인사이트’(Berg Insight)는 다음과 같은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미국 내의 6300만 가구가 사무실에서 내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감시하는 카메라 등을 갖춘 AI 홈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10년 이내에 목소리로 조명을 켜고 끄는 제어장치 등 사물인터넷(IoT)이 완전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이 청소와 요리를 비롯한 여러 집안일을 돕고, 새로 개발되는 센서들은 내 몸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화장실이 일반화될 것이다. 이러한 발전이 가능한 데에는 AI가 내 몸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AI와 데이터는 한 몸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될 것이다.
AI의 혁신은 주택뿐 아니다. 인간 삶의 거의 모든 분야를 바꿀 것이다. 10년 전 스마트폰이 인간 삶을 이렇게 바꿀 줄은 생각도 못했다. 조만간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두뇌 역할을 할 것이다. 예컨대 IoT 전문기업 크레스트론(Crestron)은 사용자의 습관을 데이터로 만들어 아침에 듣고 싶은 음악이나 특정 시간대에 선호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 진공 청소기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로봇 개 아이보(Aibo)는 로봇이 반려동물처럼 인간의 친구가 되어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가구 회사인 오리 리빙(Ori Living)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변화하는 가구를 제작 중이다. 책상이 필요할 때는 침대를 치우고, 저녁 식사 시간에는 옷장을 숨기는 기능의 가구를 개발하고 있다.
디자인 업체인 디자인3(Design3)는 최근 로봇 ‘칼’(CARL)을 선보였다. 칼은 집 주위를 천천히 이동하면서, 카메라와 센서를 작동시켜 침입자를 감지하며 사용자에게 유해한 가스가 배출되는 것을 알려주거나 반려동물의 역할을 한다.
컴퓨터 그래픽 회사인 엔비디아(Nvidia)는 주방에서 요리하고 고기를 다지는 것부터 요리를 마치고 청소하는 것까지 거들어주는 로봇팔을 개발 중이다. 냉장고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내장되어 사용자가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너무 자주 마시는지 감지하고 더 영양가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변기의 물을 내리기 전에 내 몸의 배설물에서 잠재적인 질병의 징후가 없는지 확인하는 화장실의 센서가 곧 나올 것이다.
지난 1월 초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 박람회(CES2019)는 미래 삶을 보여주는 척도였다. 말이 가전 박람회였지 사실은 5년, 10년 후에 펼쳐질 AI 기술의 경연장이었다. 삼성전자나 LG 등 국내 업체도 물론 빼놓을 수 없지만, 향후 비즈니스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첨단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었다.
CES2019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낸 기업은 중국의 바이두였다. 바이두는 구글 따라하기로 성공한 메가테크이지만, 이제는 구글을 넘어서려 한다. 당시 바이두가 내놓은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였다. 이미 2018년 초엽 ‘자율주행 버스의 실용화 계획’을 발표한 바이두는 자율주행 버스의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했다는 내용의 영상물을 자랑스레 발표했다.
자동차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아직 시험 단계에 있다. 실용화까지 수 년을 기다려야 한다.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웨이모’도 2018년 12월에야 한정적인 조건 속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실험 단계에 들어섰다. 자율주행차의 대량생산·실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는 기업은 지금의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라, 중국의 메가테크 기업이라는 사실은 전 세계 업계에 충격적이었다.
AI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장점은 충돌이나 추돌사고 같은 우발적 사고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안전운행을 가장 큰 목표로 삼는 AI 자동차는 인공지능이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운전할 것이다. 바이두의 사례는 조만간 펼쳐질 AI세계의 한 단면을 소개한 것뿐이다. AI는 미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세계 메가테크 기업들 ‘AI 플랫폼 전쟁’
지금 세계 메가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AI(인공지능)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AI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미국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테크놀로지(메가테크) 기업들을 대표한다. 첨단 기술을 습득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위협적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애초 미국 기업들이 플랫폼을 선점하면, 중국 기업은 이를 모방하는 양태로 비즈니스를 전개해왔다. 그러나 이미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메가테크 기업들은 비즈니스의 표준화가 되고 있다. 베끼기로 시작한 중국의 메가테크 기업들이 지금 독자적인 혁신을 일으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후발자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한 중국세의 일련의 흐름에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미·중 8개 업체를 ‘플랫포머’라고 칭한다. 향후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 즉 미래 먹거리를 위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 세계적인 산업변화의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는 플랫포머에 대한 분석이 중요한 이유이다. AI를 비롯해 IoT, 5G,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은 전기, 전자, 통신, 전력, 에너지,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산업을 바꿀 것이다. 특히 AI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지금 플랫포머들은 이미 보급단계에 들어간 AI 음성기능 서비스나 AI를 응용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AI 플랫폼의 개발 경쟁이다. 미·중 메가테크 기업들은 저마다 AI 플랫폼 개발을 발표한 바 있다. 그 배경에는 ‘AI 등장으로 지금까지의 일거리가 사라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 개발 경쟁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은 오로지 미국의 실리콘밸리만이 아니다. 인도의 디지털 도시인 방갈로르도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뭄바이, 델리에 이어 인도 제3의 대도시이지만, 세계 ICT산업을 이끄는 거점으로 성장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인도는 매년 100만명의 IT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 2018년 초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보도에 따르면 2017년 6∼7월 전 세계 기업 간부 26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조사에서, 방갈로르가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IT 전문가들은 방갈로르가 미래의 실시콘밸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대표는 인도의 스타트업계에서 큰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인도 방갈로르에만 12조원을 투자한다는 의욕을 보였다.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야후와 알리바바에 누구보다 먼저 투자해 성공시킨 손 대표는 인도의 잠재력을 유망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AI 플랫폼 전쟁의 승자는 조만간 AI 기술의 표준이 될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