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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제13호 태풍 링링 북상 ‘강풍에 많은 비’…차례상 과일값 오르나

"자식 같은 과일인데…" 태풍에 낙과 피해. 한 농민이 태풍으로 인한 강풍에 피해를 입고 떨어진 복숭아를 줍고 있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 중이다. 태풍은 오는 6일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인 8일까지 영향을 미칠 거로 예보됐다.

 

여름 태풍보다 매섭기로 소문난 가을 태풍 소식에 농가의 근심이 깊다. 추석 대목을 맞아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태풍의 영향으로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3호 태풍 링링은 점차 세력을 키우며 북상 중이다. 태풍 링링은 6일 밤 제주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링링은 3일 오전 9시 현재 중심기압 994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21m의 소형 태풍으로 타이베이 남남동쪽 650㎞ 해상에서 시속 9㎞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태풍은 제주 서귀포 남서쪽 310㎞ 해상까지 접근하는 6일 오전 9시쯤 중심기압이 965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37m의 중형 태풍으로 세력을 키워 우리나라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태풍 영향으로 6∼7일 제주도에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으며 최대순간풍속 초속 30∼4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 농작물 관리 등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 중이다. 태풍은 오는 6일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인 8일까지 영향을 미칠 거로 예보됐다. 사진=기상청 제공

◆가을장마에 태풍…농가는 울상

 

지난 1일 시작된 가을장마에 이어 태풍 링링의 북상으로 주말까지 비가 예보되자 추석 대목에 들떠 있던 과수 농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이날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9월 들어 내리기 시작한 비로 햇볕이 줄자 농가에서는 색깔이 안 나오고 당도가 떨어지자 수확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또 주말에 태풍의 영향으로 낙과 피해도 우려된다.

 

전남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주말까지 이어질 가을장마로 인해 추석을 앞두고 출하할 사과·배·포도 등의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추석이 빨라 이번 주까지는 일조량이 많아야 과일 색깔이 올라오고 당도가 높아지는데, 비가 계속 내려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과는 ‘홍로’, 배는 ‘신고’ 일부와 ‘황금배’, 포도는 ‘거봉’ 품종이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배 주산지인 나주의 경우 비 예보를 앞두고 상당량을 미리 수확했으나 상품성은 예년에 비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주배원예협동조합 관계자는 “1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70%가량을 조기 수확했다”며 “비를 맞으면 색깔도 안 좋고 당도도 떨어지는 데다 추석 이후에는 한꺼번에 대량 출하돼 가격이 폭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지역 포도 농가도 추석을 앞두고 시름에 잠겨 있다. 영천시 금호읍에서 포도 농장을 운영하는 신씨는 “거봉 등 포도는 물기가 많아서 단맛이 덜 나고 ‘열과(裂果·과일이 터지는 현상)’도 발생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자 농민들은 낙과 피해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성도 문제지만 낙과 피해가 발생하면 출하량 자체가 줄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과수농가의 피해가 예상된다. 피해 규모가 클 경우 올 추석 차례상에 올릴 과일 값이 일부 인상될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