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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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활동” vs “여론몰이”… ‘포털 실검 전쟁’ 찬반 논란 [뉴스+]

‘조국대전’서 촉발… 전문가들도 의견 갈려 / 8월 말 ‘조국힘내세요’ 시작 / ‘보고있다정치검찰’ 등 순위 올라 / 불법 없어도 치우친 주장 문제 / 이용자 중립적 시각으로 판단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찬반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3일에도 ‘근조한국언론’ 등 조 후보자를 응원하는 단어가 포털 실시간검색어(실검) 1위에 오르는 현상이 이어졌다. 전날 열린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가 실체 없다고 드러난 만큼 조 후보자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다시 한 번 온라인에 집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크로(특정 명령어 반복 프로그램) 등 불법이 개입되지 않는 한 실검 경쟁은 정치적 의견표명의 한 수단이라면서도 온라인상의 이런 경쟁이 후보자를 향한 냉정한 검증을 방해할 수 있다는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일 포털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포털 다음의 실시간이슈 검색어 1위는 ‘근조한국언론’, ‘보고있다정치검찰’ 등이 차지했다. 네이버에서도 ‘보고있다정치검찰’ 검색어가 꾸준히 10위 안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조국힘내세요’를 시작으로 ‘가짜뉴스아웃’ ‘정치검찰아웃’ 등 조 후보자를 옹호하는 검색어가 잇달아 실시간이슈 1위를 점유하는 현상이 기자간담회 이후에도 이어진 셈이다. 다음의 한 관계자는 “1분 기준으로 이전 시점에 비해 검색량이 급등한 것이 실시간이슈 검색어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다”며 “(1위에 오른) 검색어는 예전엔 검색되지 않았던 단어들”이라며 급상승 배경을 밝혔다.

 

네이버와 다음 등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선정하는 포털업체 측은 조 후보자 임명 찬반과 관련해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매크로나 해킹 등 불법적으로 특정 세력이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플랫폼으로서 포털이 순위 선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오히려 정치적 불공정성 등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현재 매크로 방지와 관련, 네이버와 다음은 각 검색어 출처인 인터넷주소(IP)의 중복 여부 등을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실검 경쟁이 생기는 원인과 관련해 자연스러운 시민들의 정치 활동 중 하나라는 시각이 있지만, 특정 세력이 영향력을 과시하는 수단이라는 평가도 혼재한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촛불집회에서 모이고 하듯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집단행동으로 보인다”며 “조 후보자 이전 청문회에서도 검색어 논란이 일기도 했었는데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대통령 선거에 동원됐던 것처럼 정치적 세력들이 자기 세를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검 경쟁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더라도 고위 공직자 임명과 같은 중요 사안에 토론이 사라지고 특정 세력의 주장만 부각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소수의 이견이 다수의 의견인 양 포장되거나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시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실검이 시민운동이 되려면 상대의 의견을 구하고 보편화하려는 공론 및 토론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실검은 그렇지 않다”면서 “어떤 주제의 인기도를 확인하는 객관적 데이터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실검과 관련해 시민들 스스로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고 생각하는 등 즉각적인 판단 대신 깊이 있게 생각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우 교수는 “민주주의 자체는 시끄러운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이번 실검 논란을 계기로) 여론이 동원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 (검색어를 여론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눈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희경·이강진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