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국가대표축구팀 감독 부임 첫 경기였던 지난해 9월9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감흥을 줬다. 이재성과 남태희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한 당시 경기에서 대표팀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펼쳐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끈질긴 후방 빌드업과 측면 윙백들의 과감한 오버래핑 등을 통해 조금 더 확률 높은 공격을 주문했고, 이는 이후 이어진 대표팀 모든 경기의 테마가 됐다.
이런 대표팀의 변화 과정에서 배제됐던 선수가 김신욱(31·상하이 선화)이다. 2010년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돼 10년 가까이 활약했고, K리그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도통 그를 대표팀 소집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196㎝의 장신공격수로 헤딩에 능한 김신욱을 공격수에서 배제한 대신 선택된 최전방 자원은 전방 침투와 연계 등에 최적화된 황의조, 지동원 등. 이런 변화 속에 그동안 대표팀 공격작업의 주요 옵션이었던 포스트플레이는 확연히 줄어들고, 후방 빌드업에 이은 빠른 돌파와 최전방 공격수의 연계를 활용한 침투 등이 주요 공격 옵션이 됐다.
이후 1년여 만에 김신욱이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로 돌아온다. 지난달 26일 벤투 감독이 코앞으로 다가온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소집명단을 발표했고, 여기에 이름이 포함된 것.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예선 1차전과 이에 앞서 5일 오후 10시30분 터키 이스탄불의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릴 조지아와의 평가전으로 벤투호 체제에서 첫 경기를 치르게 된다.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에 김신욱을 포함시킨 뒤 “그동안 대표팀 본 명단에는 없었지만, 예비명단에는 꾸준히 이름 올렸던 선수다. 9월 대표팀 일정에 선발하는 게 시기적으로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힌바 있다. 팀 스타일을 완성해가는 평가전이 아닌 결과를 내야하는 실전 무대인 최종예선에서는 김신욱같은 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와 헤딩슛 등은 여러 전문가들이 “아시아지역 수비수들의 역량으로는 완벽히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평가했을 정도로 위력적 무기로 이는 최근 중국리그에서의 ‘골폭풍’으로 또 한번 입증됐다. 상대의 밀집수비에 맞서 파상공격을 하는 경기가 대부분이 될 2차 예선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공격 옵션이다.
여기에는 빌드업 중심의 패스 축구가 어느 정도 자리잡혔다는 자신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이 “우리 스타일을 지켜나가면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듯 기존의 확률 높은 빌드업 중심의 공격작업에 김신욱의 포스트플레이라는 옵션을 접목하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최종예선에 앞서 치러지는 조지아전은 이런 ‘김신욱 카드’의 실전에서의 위력을 미리 가늠해보는 사전 시험무대다. 유럽국가인 조지아는 지역의 강호들과 맞서며 조직적인 밀집수비를 끊임없이 갈고 닦아온 팀이라 그의 위력을 평가해볼 수 있는 최적의 상대다. 이 경기에서 벤투 감독이 김신욱의 가능성을 발견할 경우 향후 2차 예선에서는 그 카드를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