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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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운명은… 文 "檢과 장관, 각자 할일을"· 曺 "감독하겠다"· 與 "檢, 겸손하게 만들겠다"

‘무슨 고민이∼’ 9일 점심을 마친 윤석열 검찰총장이 눈을 감은 채 집무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하상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권력기관 개혁의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며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그동안 조국 장관에게 쏠렸던 관심이 빠른 속도로 윤석열 검찰총장쪽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윤 총장 앞날이 어떻게 될지 여부다.

 

누구보다 '검찰조직을 사랑한다'는 윤 총장이 '검찰개혁'이라는 총대를 멘 채 등장한 조 장관과 좋은 화음을 낼지, 강대강(强對强) 충돌로 큰 파열음을 낼지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신속히 검찰개혁에 나서겠다, 검찰에 대한 법무부 감독 기능을 실질화하겠다"고 선언했고 여당은 "검찰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며 칼을 갈고 있는 데다 검찰 일부에서도 '정치검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어 윤 총장이 주어진 길을 다 걸어갈지, 아니면 다른 운명의 길을 택할지 궁금해 하는 시선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기념촬영 직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조국 법무장관에게 곁눈질하고 있다.  뉴시스

◆ 뼈 있는 文 대통령의 말 "검찰은 검찰의 할 일, 장관은 장관의 할 일 해 나가야..."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준 뒤 조 장관 임명을 놓고 한달여 나라가 들끓었던 점을 의식, 이례적으로 임명 배경을 국민들에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이 대선 공약 중 하나였고 그 공약이 국민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취임 후 공약을 성실하게 실천했다"며 "권력기관 정치적 중립 보장 등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일부가 기소된 상황에서 장관에 임명될 경우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많은 것도 알지만 이미 검찰은 의심할 여지 없이 엄정한 수사 의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검찰이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분명히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제 일을 하면 된다"는 원론적 이야기지만 검찰이 정치적 행동을 취했다거나 취할 것을 결코 용납치 않겠다는 서릿발같은 주문이 그 밑에 깔려 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뉴시스

◆ 이해찬 "검찰 겸손하게 만들어야", 이인영 "윤석열, 檢 중립성 견지해야"...민주당 "檢 정치행위에 경고" 

 

문 대통령은 검찰이 조 장관 주변을 수사하고 있는 것에 직접적 언급을 삼갔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행태'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면서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이를 잘 나타낸 것이 9일 정춘숙 원내대변인의 현안 브리핑. 

 

정 대변인은 " 검찰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며 "입법부의 인사청문 직전에 후보자 가족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은 이례적인 것으로 명백히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 한 것이다"고 했다. 또 "인사청문회 진행 중 배우자에 대해 단 한차례의 조사 없이 이루어진 기소는 최소한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한, 통상적이지 않은 검찰권 남용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검찰이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국민위에 군림하는 모습이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최근 검찰을 통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의 오만함과 권력기관 개혁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합법적이고 겸손한 권력 행사를 내면화하는 권력기관 개혁에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매겠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은 정치의 자리가 아니라 제 자리로 돌아가고 장관은 검찰개혁과 법무행정 전반의 개혁을 향해 장관의 자리로 위치하면 된다"면서 "윤석열 총장은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고히 견지하고 검찰수사를 순수하게 지휘하면 그 뿐이다"고 윤 총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설훈 최고위원은 " 후보자 가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검찰의 부당한 정치개입이자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다"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 마련을 위해서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윤석열호 검찰이 개혁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7월 25일 청와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당시 조국 민정수석(왼쪽부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김민웅 "조국와 윤석열, 함께 가기 힘들어", 박성민 "尹과 曺 자존심과 개성 강해 충돌 가능성"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윤 총장이 (자리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9일 아침)'에서 "검찰 수사가 일종의 쿠데타다"며 "검찰 조직은 정치적 결정을 받아 행하는 일종의 제도적 수단인데 윤 검찰총장이 지휘 체계까지 장악해 이렇게 사건이 됐다"고 했다. 

 

따라서 "이 지휘 체계를 정확하게 붙잡고 그 휘하에 검찰이 복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지 않으면(안된다), 보다 고강도의 개혁 조처가 필요하다"는 말로 조 장관과 윤 총장이 함께 일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일찌감치 조국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대강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했다 .

 

박 대표는 지난 7월 29일 MBC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헌법 1조를 인용한 윤석열 총장 취임사에서) △ 국민의 편에 서서 집권층에 부담스러운 수사를 할 가능성 △ 검찰총장 이후도 생각하는 것 아닌가는 점이 읽혔다"고 했다. 

 

박 대표는 "조국 (당시 청와대 정무) 수석이나 윤석열 총장은 굉장히 개성이 강하고 자존심 세고, 정치적으로 야망도 있어 보인다. 둘 다 강대강인 경우 호흡이 잘 맞기보다는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 수여식 장소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등 취임식에 부르지 않은 조국 "檢 통제장치 없다면 위험, 수사통제 등 檢감독 실질화"

 

9일 오후 4시 30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조 장관 취임식에는 검찰 간부 중 김영대 서울고검장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법무부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윤석열 총장 등 검찰 간부를 부르지 않았다', 대검은 '참석자는 법무부가 정한다'는 말을 내 놓았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신속한 검찰개혁'과 함께 '법무부의 검찰통제 기능을 실질화 할 것'을 다짐했다. 속된 말로 '누가 위인지 보여주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할 정도였다.

 

조 장관은 "제 허물과 책임, 짊어지고 가겠다"며 최근 논란에 고개를 숙인 뒤 "법무 검찰 개혁은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평생을 소망해왔던 일이고, 민정수석으로 성심을 다해 추진해왔던 과제이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고 했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취임식 연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은 "특정권력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그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며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시민들, 전문가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완수하겠다"고 불가역적 검찰개혁 완수를 다짐했다.  

 

조 장관은 "검찰은 수사를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면 된다"며 문 대통령 언급과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뒤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라며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검찰 감독에 나서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검찰 최대 관심사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법 제도로 완성하기 위해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입법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검찰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어떤 반발에도 뜻을 이루겠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