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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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엔 대화 南엔 발사체… ‘통미봉남’ 노골화한 北

평남 개천서 올 10번째 발사 / 합참 “단거리 발사체 2발 330㎞ 비행” / 최선희 “이달 하순 북·미회담 용의” / ‘새로운 계산법’ 협상조건으로 제시 / 트럼프 “만남 갖는 것 좋은 것” 화답 / 南엔 도발 지속… 韓 입지 점점 줄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밝힌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번째 발사체 도발이다. 미국과 대화를 하되 한국과는 거리를 두는 ‘통미봉남’(通美封南) 노선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6시53분경, 오전 7시12분경 북한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330㎞로 탐지됐다. 지난달 24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를 쏜 지 17일 만의 발사체 도발이다.

미사일 도발 수시간 전인 9일 밤 북한의 대미 협상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문을 통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최 부상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담화문에서 최 부상은 ‘새로운 계산법’을 협상조건으로 제시했다. 비록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대화 의지를 밝힌 것 자체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대화 제의에 즉각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유세장으로 떠나기에 앞서 북한의 ‘9월 하순 대화’ 제안에 대한 질문에 “북한과 관련해 방금 나온 성명을 봤다”며 “그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는 억류자들을 돌려받았다. (한국전쟁에서 숨진)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것이지만 나는 늘 ‘만남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만남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 후 미국은 최근까지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특히 비핵화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6일 미시간대 강연에서 북·미협상 실패 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국가 내에서 핵무장론이 부상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북한 비핵화 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 언급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에 유화의 제스처를 취한 것과 달리 북한은 한국과는 불편한 긴장관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협상에 있어 주한미군 감축 등 안보 현안까지 걸린 형국이지만, 양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통미봉남은 북한의 기본기조”라며 “연말이 지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도 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밤에는 대화 메시지, 새벽에는 군사도발을 함께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형준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