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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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항로산 정상에 높이 33m ‘태권브이’?

무주군, 관광객 유치 위해 태권브이 랜드 조성 계획 / 주민들은 예산에 비해 관광 효과 크지 않을 것 우려

전북 무주군이 항로산 정상에 만화 캐릭터 ‘태권브이’ 대형 조형물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무주군은 지역에 있는 태권도원에 부합하는 조형물을 세워 태권도 고장으로서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인공 조형물이 빼어난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관광 활성화에도 의문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0일 무주군에 따르면 ‘태권도 고장’으로서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무주읍 향로산 정상(해발 420m)에 ‘태권브이 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태권브이 랜드에는 아파트 12층과 맞먹는 높이 33m짜리 대형 로봇 태권브이 조형물과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가상현실 체험 시설 등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또 스카이 워크, 모노레일 등 다채로운 관광 기반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국비 등 72억원이 소요되며 이 중 국비 25억원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현재 향로산 정상에는 일대 경관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정자가 들어서 있다.

 

무주군은 태권브이 조형물 등이 들어서면 설천면에 자리한 태권도원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을 무주읍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군민과 환경단체는 인공 조형물이 들어서면 자연풍광을 훼손하고 많은 예산에 비해 관광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주민은 “태권브이가 토종 태권도 캐릭터라고 하지만, 빼어난 산 위에 대형 인공 조형물로 세우려는 발상 자체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며 “치밀한 검토 없이 밀어붙여 경관을 훼손하고 흉물로 전락하게 되면 무주군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군 관계자는 “산 정상의 태권브이가 태권도 성지인 지역 이미지를 알리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추진하게 됐다”며 “보다 폭넓은 지역 의견을 수렴해 조형물 건립 여부를 재검토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