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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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생존신호가 ‘골든레이호 기적’ 만들었다

“(생존자 위치를 찾는 것은) 점들을 연결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해상에서 전도된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에 갇힌 한국인 선원 4명을 무사히 구조한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존 리드 대령은 생존자 구출 과정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인 선원들이 기적처럼 생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리드 대령이 속한 해안경비대의 역할이 매우 컸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해안경비대는 사고 직후인 8일 새벽 배 밖에 나와 있던 20명을 구조했지만, 선체에 있던 한국인 선원 4명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또 내부 화재로 인한 연기와 불꽃은 물론 배에 실린 4000대의 차량 중 일부가 떨어질 수 있어 구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해안경비대는 남은 4명의 선원의 생사 확인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8일 오후 6시쯤 선체 내부에서 뭔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이에 해안경비대는 밤새 선체를 두드려 반응을 살피는 ‘태핑’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을 계속하던 해안경비대는 9일 새벽 선원들이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미 해양경비대는 9일(현지시간) 미 남동 해안에서 전도된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에서 한국인 선원 4명에 대한 구조작업을 벌이는 모습을 트위터로 공개했다.미 해양경비대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리드 대령은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며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구조활동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해안경비대는 헬기를 동원해 구조대원과 물자를 배 위로 실어나르며 소리가 나는 지점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길이가 200m 넘는 선체에서 정확한 지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관련 기술 전문가들과 먼저 구조된 한국인 선원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해안경비대는 결국 선미의 바닥 근처의 프로펠러와 가까운 선실에 3명이 모여 있는 것을 파악했고, 이곳에 작은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이윽고 한국인 선원의 통역 도움을 받아 4명 중 3명이 생존한 것을 직접 확인했고, 이들을 통해 나머지 1명도 다른 곳에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해안경비대는 추가로 뚫은 구멍을 통해 선원 3명의 구조에 성공했다. 엔지니어링 칸 강화유리 뒤편에 있던 나머지 선원 1명은 별도의 작업을 통해 구조했다.

 

이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은 김영준 애틀랜타 총영사는 “구조된 4명 모두 특별한 외상이 없고 안정만 찾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