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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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했지만… 답답함이 더 컸던 카타르행 첫 발자국

한국, 투르크메니스탄에 2-0 승리

1980년대 한국축구가 아시아 최정상권으로 올라선 이후 월드컵 예선 초반은 늘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나라들이 사실상 공격을 포기하고 밀집수비에 나서고, 한국은 이를 깨기 위해 노력하는 그림이다. 그렇기에 ‘밀집수비 격파’는 월드컵 예선에 나선 한국축구의 지상목표였고,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축구팬들은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이런 흐름은 이제 막 시작된 2020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11일 시작된 지역 예선 첫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은 시원함보다는 답답함을 먼저 느꼈다.

나상호(왼쪽)가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주장인 손흥민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아시가바트=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나상호(FC도쿄)가 비교적 이른 전반 13분 선제골을 터뜨렸고, 정우영(알 사드)이 후반 37분 쐐기 프리킥골까지 만들었지만 첫 골과 두 번째 골 사이 70여분은 답답한 경기로 축구팬들의 애를 태우게 했다.

 

2-2로 비긴 지난 5일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파격적인 변형 스리백 전술을 내놨던 벤투 감독은 이날 그동안 대표팀이 해온 베스트 전술과 베스트 멤버를 총출동시켰다. 골키퍼 김승규(울산)에 포백 라인을 좌우 풀백 김진수와 이용(이상 전북), 중앙 수비수 김영권(감바 오사카)과 김민재(베이징 궈안)로 꾸렸고, 중원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황인범(밴쿠버),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역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됐다. 여기에 황의조(보르도)가 최전방에 서고 손흥민(토트넘)과 나상호가 좌우 윙포워드로 나서서 공격을 이끌었다.

 

예상대로 투르크메니스탄은 밀집수비로 나왔고, 수비라인을 낮게 배치한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한국은 경기를 주도했다. 특히, 측면으로의 공 운반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져 많은 크로스가 나왔다. 그러나, 이 크로스들이 제대로 된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13분 나온 선제득점이 크로스에서 비롯됐지만 다분히 행운이 섞인 골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용이 올린 크로스가 다소 낮게 날아가면서 수비수에게 걸렸고, 이 공이 페널티지역 중앙에 있던 나상호 앞으로 연결돼 첫 골이 만들어졌다.

 

첫 골 득점 이후 벤투 감독은 4-3-3 전술 대신 손흥민과 황의조를 투톱으로 앞세운 4-1-3-2 전술로 전환했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반을 65%의 압도적 점유율로 지배했지만 유효슈팅은 단 3개에 불과했다. 후반 들어서는 한국대표팀 패스연결이 다소 흔들리며 투르크메니스탄에게 역습 기회를 허용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역습에 홈구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며 자칫 첫 경기를 그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까지 피어올랐다.

정우영(왼쪽)이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경기에서 후반 37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아시가바트=연합뉴스

다행히 후반 37분 정우영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이런 불안한 분위기는 씻겨나갔다.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 앞에서 유도한 프리킥을 정우영이 절묘한 슈팅으로 골대로 집어넣었다. 김신욱(상하이 선화)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소득이다. 정우영의 추가골이 터지기 직전 투입됐던 키 196㎝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은 10여 분의 시간 동안 180㎝ 중반의 투르크메니스탄 수비진을 완전히 찍어누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시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해냈다. 비록 골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향후 이어질 지역예선에서 비밀무기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