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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볼턴 백악관에 더는 필요없다" 전격 경질…대북 강경 노선 부담됐던 듯

불명예 경질된 볼턴, '반(反)트럼프' 전선으로 돌아서 저격수로 활동할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을 바라보는 이번에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주요 현안에 대한 '강한 의견충돌'을 이유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에 더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22일 임명돼 백악관에 입성한 이래 약 1년 6개월 만의 불명예 하차로,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외교 현안을 둘러싼 파열음으로 끊이지 않던 교체설이 결국 현실화한 것이다.

 

'네오콘' 출신이자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외교·안보 '투톱'으로 꼽혀온 볼턴 보좌관의 교체로 내부 '파워 게임'의 향배와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노선 기조 등 외교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볼턴 보좌관 교체, 트럼프 대북노선 기조 달라질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질 배경과 관련,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그 사직서가 이날 오전 자신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의 봉직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다음 주 새로운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트윗 경질' 방식으로 볼턴 보좌관의 '해임'을 기습적으로 공개 통보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이날 오후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공동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공지가 된 상태였던 만큼, 그의 경질은 백악관 내 많은 인사들에게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마이크 플린, 허버트 맥매스터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3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대행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기들리 부대변인은 "볼턴의 우선 사항과 정책이 그저 대통령과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후임과 관련, 그동안 미 언론에서는 폭스뉴스 객원 출연자이기도 한 전직 육군 대령 더글러스 맥그리거, 맥매스터 전 보좌관 밑에서 부보좌관을 했던 리키 와델 전 NSC(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등이 거론돼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고 밝혔다.

 

◆WP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후보군으로 거론"

 

볼턴 보좌관에 대한 경질은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그의 해임설은 '패싱 논란'으로 대변되는 위상 약화설과 맞물려 수개월 전부터 심심치 않게 고개를 들어왔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의 주요 대외정책에 있어 초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에 걸쳐 파열음을 빚어왔고, 특히 최근 아프간 내 무장반군 세력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체결 문제로 내부에서 극심한 충돌을 빚은 것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WP는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적들과 '어리석은 합의'를 하는 걸 막는 것을 자신의 직무라고 여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포기 거부 및 되풀이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 김정은에게 계속 구애를 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던 지난해 6월 '판문점 회동'을 수행하지 않고 몽골로 직행하면서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위상 약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입성 전 북한 선제타격, 이란 체제전복 등 초강경 입장을 견지했었다.

 

볼턴 보좌관의 '퇴장'으로 대북 문제를 포함한 외교 정책 노선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볼턴 보좌관은 한때 북한이 '인간쓰레기', '흡혈귀'라고 부를 정도로 눈엣가시로 여겼던 인물로, 그는 그동안 대북 교착국면마다 대북 압박의 목소리를 높이며 전면에 등판, '배드캅' 역할을 해왔다.

 

공교롭게 그의 경질이 북한의 '9월 하순 대화 제의'로 몇 달씩 표류해온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당장 '힘의 무게추'가 폼페이오 장관 및 그가 진두지휘하는 국무부 라인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상대적으로 온건한 대북노선에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볼턴 보좌관이 이미 대북정책 관련 의사결정 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된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주요 외교정책을 놓고 볼턴을 축으로 하는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NSC)와 폼페이오 장관을 축으로 하는 국무부 라인 간 갈등이 계속 불거져왔다는 점에서 볼턴의 '축출'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 난맥상을 보여준 또 하나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아프간 문제를 비롯해 주요 현안에서 수시로 충돌해오며 투톱간 불화설에 휩싸여왔다.

 

사퇴 과정을 둘러싸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주장이 엇갈리는 등 매끄럽지 못한 모양새가 연출돼 '불씨'를 남겼다.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밤 사임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이야기해보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도 "그(트럼프 대통령)의 요청 없이 지난밤 내가 제안한 것이다. 하룻밤 자면서 생각해봤고 오늘 오전 (사직서를) 줬다"고 주장했으며, WP에는 "적절한 때에 발언권을 갖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볼턴 강경 노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된 듯

 

'슈퍼매파'로 불리며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긴장 관계인 국가를 상대로 한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볼턴은 트럼프 취임 14개월 만에 세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예일대와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내고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유엔대사로 일했다.

 

이후 보수 성향 폭스뉴스 해설자로 활동하다 백악관에 합류한 볼턴은 정부의 강경 기류를 주도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그는 북미 협상이 교착되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형성되는 등 대치 국면 때마다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며 '악역'을 맡았다.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 내의 '굿캅(온건한 경찰)·배드캅(거친 경찰)'으로 대변되는 역할분담론에 따른 것인지 의견 충돌인지를 놓고 숱한 관측이 나왔다.

 

북한은 그를 '호전광', '안보파괴 보좌관'이라고 비난하며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다.

 

결과적으로 볼턴의 강경 노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며 '의견 충돌'을 경질 배경으로 제시했다.

 

행정부에서 볼턴의 파열음은 적지 않게 목격됐고 최근 더 두드러졌다.

 

다만 이번 경질 발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겨 향후 볼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볼턴은 WP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내가 사임한 것이다. 지난밤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NYT에도 사임은 자신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는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는 트럼프의 트윗을 반박하는 것으로 읽힌다.

 

볼턴은 또 "나는 적절한 때에 발언권을 가질 것", "나의 유일한 염려는 미국의 국가 안보"라고 말해 트럼프의 안보 노선에 우려를 표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입을 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경질된 많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가 '반(反)트럼프' 전선으로 돌아서 '저격수'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볼턴도 이 대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