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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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걸겠다’는 윤석열, 또다시 법무부와 검찰 파열음

“직을 걸고 수사하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자마자 검찰 개혁을 위한 전초 작업에 착수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윤석열 검찰 총장을 주축으로한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며 진실규명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다. 직을 걸고 이번 수사를 하겠다는 윤 총장과 검찰개혁 전도사인 조 장관이 맞붙으며 법무부와 검찰이 계속 정면충돌하고 있다. 수사라는 장내싸움을 하던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이제 검찰개혁에서부터 수사외압 등 장외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영장기각, 하지만 조국 향해가는 檢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가 연루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수상한 자금과 관련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데는 법원이 별건수사로 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기각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이모 대표와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에 대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이었다. 현재 검찰이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두 자녀로부터 실제로는 10억5000만원을 출자받기로 해놓고 금융당국엔 74억5500만원 납입을 약정받았다고 허위 신고한 혐의와는 별개 사건이라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인물인 투자업체 웰스씨앤티 대표 최모(왼쪽)씨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이모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명재권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 대해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관련 증거가 수집된 점,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역할, 횡령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 등을 영장기각 이유로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에 주춤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기조는 앞선 윤 총장의 발언에서 잘 묻어난다. 윤 총장은 최근 “직을 걸고 수사하겠다”며 지인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지난 9일에도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대검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나는 정치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다”며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 오히려 부패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중립성을 지키면서 본분에 맞는 일을 하면 된다”며 검찰 수사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지는 마찰음, 재현되는 檢法 갈등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 장관을 보좌하는 법무부 간부들도 움직였다.

 

법무부 김오수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은 지난 9일 대검 간부 두 명에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윤 총장을 배제한 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법무부는 단순 해프닝이라고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지휘부를 교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검찰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12일 “검찰 총장을 제외한 수사팀 구성이라는 저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법무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명백한 수사 개입”이라고 밝혔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 장관은 장관 취임과 함께 검찰 직접 수사 축소를 비롯해 비법조인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 활동 활성화을 지시했다.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본격적인 검찰개혁 전 검찰 힘빼기에 들어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자신과 관련한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의 압박으로 비춰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조 장관이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에 임은정 검사를 비롯해 많은 검사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특정 검사를 언급한 일은 전례가 없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장관의 줄세우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남아있는 검찰 고위직 인사를 비롯해 대검 사무국장 등 조 장관이 자기 사람을 통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