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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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선주자설 군불 때나…여권에선 ‘설왕설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차기 대권주자로 여론조사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간 ‘설화’만 무성했던 조 장관의 대선 직행 시나리오를 일각에서 군불 때는 형국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평소 정치적 야망은 없다고 공언해 온 조 장관의 심중을 들며 실제 대선 주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과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코리아는 SBS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대상으로 ‘내일 대통령 선거를 한다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를 설문조사했다. 선호도 1·2위는 이낙연 국무총리(15.9%),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14.4%)가 각축을 벌였으나 3위로 올라선 조 장관(7%)이 눈에 띈다. 정국을 격랑 속으로 밀어 넣은 ‘청문 사태’를 조 장관이 버텨내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결집 세력 일부가 조 장관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4위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5.3%), 5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5%)였다. 이른바 ‘잠룡’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뒤를 따랐다. 해당 여론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14일 저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정작 조 장관은 자신을 둘러싼 ‘대권 도전설’에 대해 손사래를 쳐 왔다. 일례로 그는 인사청문회 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신창이가 돼 있는데 무슨 대권이냐”고 일축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법무부 장관은)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공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조 장관을 잠재적 대권주자로 올려놓는 것에 사실상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장관이) 입각 말고 총선에 출마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들이 있었다. 장관 업무를 잘 수행하고 그 다음에 본인이 정치적 행보를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내가 알고 있는 조 장관은 개인의 어려움에 처해도 대의를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보냈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소신파’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에 대한 민심을 묻는 말에 “민주당 내에도 반발 기류와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조 장관에 대한 타격이 곧 문재인정부에 대한 타격이라든지, 조 장관이 물러서면 현 정권의 레임덕이 온다는 등의 논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내년 총선에서 조 장관이 민주당 결집 세력을 확보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쓴소리를 날린 셈이다.

 

일단 조 장관이 대선 출마 행보를 걷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사법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조 장관은 국회 입법활동을 지원하고 검찰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구성을 ‘1호 지시’로 내렸다. 추진단장으로 검찰 근무 경험이 없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53·사법연수원 31기)을 임명하며 인사권도 행사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